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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풍선효과 기대' 믿어도 될까요?

  • 2017.08.24(목) 14:43

규제 피했다고?..이유는 '수요 < 공급'
전국 29개 지역은 '미분양 관리지역'

 

"8.2 부동산 대책을 피한 '풍선효과'로 기대감 불쑥"

  

요즘 아파트나 오피스텔 분양 소식에 자주 따라붙는 문구입니다. 풍선효과(Balloon effect)란 풍선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는 모습에 빗댄 사회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어떤 부분을 억제하면 다른 쪽으로 문제가 이동하는 상황을 의미하죠.

 

정부는 지난 2일 과열된 주택시장을 식히겠다는 목표로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 대책)'을 내놨는데요.

 

이 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작년 11월과 올해 6월 지정한 '조정대상지역' 전국 40곳(시·군·구 단위) 가운데 서울 전역(25개구) 등 27곳을 투기과열지구로, 또 투기과열지구 중 서울 11개구 등 12개지역을 투기지역으로 묶었습니다. 이런 지역은 단계별로 분양권 전매제한,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한도 강화 등 매우 다양한 규제가 적용됩니다.

 

 

분양업체들이 주택시장에서 풍선효과를 말하는 것은 적어도 조정대상지역에 속하지 않는 지역이라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투자 여건이 낫다고 수요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겁니다. 주거상품에 대한 수요 총량이 일정하다면 규제를 덜 받는 틈새로 수요가 밀려나올 것이고 또 집값도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길 수 있단 얘기죠. 언뜻 일리가 있어 뵈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 들여다 봤습니다. 전국에서 8월3일 이후 '비규제지역'에서 청약접수를 진행한 11개 아파트 단지들의 청약결과를 말이죠. 실상은 어떘을까요? 정말 풍선효과가 나타났을까요?

 

 

치열한 청약경쟁이 나타난 곳이 있긴 합니다. 부산 서구, 경남 김해 밀양, 대전 유성구 등에서 1순위 마감이 이뤄졌죠. 부산 서구 '대신 2차 푸르지오' 같은 단지에서는 1순위 평균 257.994대 1의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부산은 분양권 거래 과열 등으로 해운대구 등 7곳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정해져 있는데 여기서 서구는 빠져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순위까지도 청약 모집인원 수를 채우지 못한 곳이 많았습니다. 수도권인 경기도 남양주 옛 '서울리조트' 부지에 짓는 '두산 알프하임'의 경우 2821가구(1순위 특별공급 제외) 입주자를 모집했는데 순위내 접수를 마친 후에도 600가구 가까이 청약 미달이 발생했습니다.

 

경기도 안산과 화성에서도 '안산 천년더 리더스카이', '남양 시티프라디움' 등의 단지가 입주자를 모았는데, 1순위 청약률이 0.26대 1, 0.5대 1에 그쳤습니다. 2순위까지도 절반 넘게 청약신청자를 채우지 못했죠.

 

이런 단지는 당첨자들이 계약까지 할 확률도 적습니다. 규제에서 벗어나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물량이 있으니 웃돈이 붙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청약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죠.

 

지방에서는 청약성적이 더 참혹한 단지도 보였는데요. 전남 목포 '연산동 중앙갤러리'는 49가구를 분양했는데 1순위 청약에 단 1명도 참여하지 않았고, 2순위에도 2명만 신청을 했습니다. 강원 동해 '동해 코아루 더 스카이' 경남 하동 '하동 미라벨' 등도 2순위까지 모집인원을 못 채웠죠.

 

▲ 경기도 남양주 '두산 알프하임' 견본주택 내부. 분양업체는 이 아파트 견본주택 개관 후 사흘간 3만4000여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고 밝혔지만 이후 1순위 청약에는 1856명만 참여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 안정 대책을 고강도로 내놓으면서도 규제지역을 콕콕 짚어 한정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곳은 주택시장이 열기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냉기가 돌고 있다는 판단에서죠. 전국적으로 공통적인 규제를 적용하면 침체 기미가 보이는 곳은 미분양이 급증하거나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올 하반기 이후로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곳들이 대표적인데요. 이런 곳들은 입주 수요보다 새로 지어지는 집들이 많아져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분석되는 곳들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작년부터 이런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서 과열 규제지역과는 반대 성격인 '미분양 관리지역'이라는 것을 매달 말 지정합니다.

 

미분양 주택 수가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중 ▲미분양 증가(최근 3개월간 전월보다 미분양 가구수가 50% 이상 증가한 달이 있는 지역) ▲미분양 해소 저조(당월 미분양 가구수가 1년간 월평균 미분양 가구 수의 2배 이상인 지역) ▲미분양 우려 ▲모니터링 필요 중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이 미분양관리지역이 됩니다.

 

 

현재 경기도 안산·양주·오산·화성·용인·평택·안성, 인천 중구 등 수도권 8곳을 비롯해 전국 29곳이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이런 곳들에서는 주택사업을 위해 땅을 사거나, 분양보증을 받을 때 심사가 강화됩니다. 8.2 대책의 규제지역처럼 수요를 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급을 억제하는 곳이죠.

 

미분양 관리지역이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더라도 비규제지역 가운데에는 입주 수요가 충분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분양 판촉 때 '풍선효과'를 기대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는 아파트라면 더욱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깁니다.

 

지역적으로뿐만 아니라 주택이 아닌 오피스텔 등 다른 부동산 상품도 풍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과거에는 아파트를 수요를 조이면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이 이동하곤 했는데요. 이번 대책에서는 오피스텔도 지역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이 강화 됐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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