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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한풀꺾인 韓화장품…美시장 공략해볼까

  • 2017.08.24(목) 17:53

MCN 전략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 필요해
유통은 아마존솔루션 이용…리스크 적어

 

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대(對) 중국 화장품 시장이 주춤하자 미국 시장을 뚫어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화장품 시장 규모는 올해 224억달러(약 25조2400억원, 시장조사기관 IBIS 기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최대 규모다.

 

한국 화장품의 대미(對美) 수출도 쑥쑥 크고 있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작년 미국으로 수출된 한국 화장품의 규모는 3억4696만달러(약 4000억원)로 중국과 홍콩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2억3808만달러(2600억원)에서 급성장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는 대체로 울타(Ulta), 세포라(Sephora)와 같은 대형 화장품 전문 매장을 방문하는 등 오프라인 유통점이 여전히 강세이지만,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렇다고 거액의 투자를 통해 미국에 오프라인 매장과 창고를 깔고 진입하는 것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MCN(멀티채널네트워크)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최근 이런 주제를 다룬 '미국 뷰티 디지털 마케팅 세미나'가 국내 뷰티 전문 MCN 레페리 주최로 열렸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미국 MCN·이커머스 전문가들의 실무적인 조언을 소개해본다.

 

 

◇ "韓화장품 경쟁력 있다"…적극 진출해야

 

"아마존은 자체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한국 화장품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고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판매량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죠. 이에 따라 한국 화장품을 소개하는 '코리안 뷰티'라는 별도 카테고리도 오픈했습니다. 특정 국가의 화장품 카테고리가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아마존의 한국 지사인 아마존 코리아에서 글로벌 셀링을 담당하는 강희수 시니어 매니저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 NBC뉴스, 패션지 '얼루어'(Allure)의 기사를 인용해 "한국 화장품은 과거에 한인 마트나 동아시아 이민자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미국 주류 화장품 시장에 들어설 정도의 제품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기존 글로벌 톱 브랜드는 제품군이 보수적이나 한국산은 다양한 콘셉트와 트렌디한 제품이 많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국산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만 믿고 무턱대고 미국 시장에 진출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한국 사업자가 미국 소비자에게 상품을 온라인으로 팔려면 상품을 저장하는 창고와 배송 인프라, 콜센터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접 물건을 배송하는 것은 상품당 가격을 높여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반품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그는 아마존에 있는 'FBA'(Fulfilment By Amazon)이라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FBA는 아마존을 통해 배송과 물류, 콜센터도 해결하는 솔루션이다.

 

강 매니저는 "판매자가 상품을 아마존에 보내면 창고에 보관하고, 주문이 완료되면 포장하고 택배를 통해 2일 내 미국 전역에 배송해주며 고객 응대도 해준다"며 "서울 동대문에서 옷을 팔던 '더블유'라는 업체는 FBA를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아마존 본사에서도 인정받는 '파워 셀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지만, 외국 사업자가 진입하려면 오프라인 매장에 상품을 까는 것부터가 힘들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나이키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의 강자들도 아마존에 입점해 이커머스를 통한 구매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어, 그런 업체들이 한국에도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아마존의 코리안뷰티 카데고리. [사진=아마존]


◇ 미국에서 온라인 마케팅은 어떻게 할까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영상이나 광고를 보는 시청자, 소비자들의 눈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화장품 관련 영상을 보는 여성들은 팔짱을 끼고 보다가 '흥! 광고구나?'라면서 화면을 넘깁니다. 미국 소비자들은 더 까다롭습니다."

 

국내 최대 뷰티 전문 MCN 업체인 레페리의 이동후 전무는 미국 화장품 소비자 상대의 마케팅 어려움을 이처럼 소개했다. 그는 "누구보다 진정성 있는 코멘트를 인플루언서(온라인 플랫폼에서 영향력 있는 1인 크리에이터)의 입을 통해 해야 파급력이 생기고 매출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 1위 뷰티 전문 MCN 업체인 스타일하울의 션 호바스 최고혁신책임자도 "미국 여성 화장품 소비자의 92%는 인플루언서로부터 화장품 관련 정보를 얻고, 85%는 인플루언서의 리뷰를 믿는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다"며 미국 화장품 시장 공략에서 MCN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스타일하울 홈페이지.


이들은 구체적으로는 '크고 작은' 콘텐츠를 통해 3단계로 마케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단계는 인플루언서가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SNS에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가령 "한국에서 보낸 제품이 하나 있는데 궁금해?"라는 식의 말을 남긴다. 자신과 화장품 브랜드가 관계없고 광고하려는 목적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간이 흐르고 기대감이 증폭되면 "너희가 하도 그래서 한 번 써봤는데 진짜 좋아. 너무 좋아서 사실만 알리는 거야"라는 식으로 상품의 장점을 적당히 소개하는 게 2단계다. 여전히 광고 느낌이 나지 않게 구성한다.

 

3단계는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하는 과정이다. 중요한 점은 "너희들 요청이 너무 많아서 3주 전에 말했던 그 제품을 소개하기로 결정하고, 정식으로 제품 리뷰를 해보기로 했어"라며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다. 이쯤하면 광고성 상품 리뷰라고 밝혀도 기대감과 신뢰가 쌓인 상태이므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 전무는 "디지털 마케팅 기획을 철저하게 해서 소비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야 한다"며 "하지만 그런 다음에도 브랜드 홈페이지 방문과 같은 단순한 액션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아마존에서 언제부터 얼마 할인하니 대박 아니니'라거나 '쿠폰을 주겠다' 등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3단계 마케팅을 마친 이후에도 1,2 단계에서 이탈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구글 등을 통해 정교한 타게팅 광고를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대다수 한국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은 멀고, 크고, 모른다는 점인데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적은 부담으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면 된다"며 "K-뷰티는 중국에서 사드 때문에 한풀 꺾인 게 사실이지만 디지털 마케팅을 잘 활용하면 미국은 물론 유럽으로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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