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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권 수수료 경쟁의 끝은

  • 2017.08.30(수) 15:59

NH투자증권, 평생 무료 수수료 '파격'
질적경쟁 신호탄 vs 출혈경쟁 끝판왕

증권사들이 주식 매매를 중개해주고 받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등장과 함께 이 비중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37.3%에 그쳤다. 2002년 72%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10년 이상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신 저마다의 특성을 살려 수익 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초대형 IB나 중소기업 특화증권사로서 변신을 꾀하는 동시에 기업금융(IB)이나 자기자본 투자 등으로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IB 수입이 많이 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 IB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 증권사의 순영업수익 중 IB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 내외로 추정된다.

하지만 주식 시황에 따라 움직이는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에 따라 증권사들의 실적이 출렁이는 현상은 여전하다. 증권사들이 브로커리지 수수료 경쟁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치열한 경쟁과 함께 계속 수수료를 내리다 보니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먹기로 출혈 경쟁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NH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들고나왔다. 그동안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까지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있었지만 평생 무료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NH투자증권의 결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수수료 평생 무료 대상을 이벤트 기간 내에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으로 한정하고 있긴 하지만 평생 수수료 무료라는 시도 자체에 업계는 적지 않게 당혹해하고 있다.

수수료 과열 경쟁에 따른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NH투자증권은 이번 결정이 단순 수수료 경쟁을 넘어선 새로운 플랫폼 구축이라고 강조한다. 신규 유입된 고객들에게 무료로 거래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프리미엄 자산관리(WM)를 비롯한 유료서비스를 늘려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수수료 경쟁이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입을 늘리기 위한 단순한 고객 유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고객 유치 후 추가 수익원 창출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번 시도를 통해 증권사들의 경쟁이 양적 경쟁에서 질적 경쟁으로 진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과연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가 증권업계의 새로운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까. 아니면 제살깎기식 출혈경쟁의 끝판왕에 그칠까. NH투자증권의 앞으로 행보를 지켜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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