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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재벌 '올가미'…제2 라인 신화 '요원'

  • 2017.09.03(일) 12:43

'총수 없는 기업' 지정 시도 결국 무산돼
재벌 딱지 붙어 글로벌 사업 제약 불가피

네이버의 이른바 '총수 없는 기업' 지정 시도가 결국 무산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네이버에는 대기업에 준하는 각종 규제가 가해지고 이해진 창업자에는 재벌 '총수(總帥)'와 같은 지위가 부여됐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세계적 인터넷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글로벌 영토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네이버의 경영 행보에 제약이 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 네이버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회사를 실제로 지배하는 사람으로서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했다. 또한 이 창업자가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개인회사를 비롯해 친족들의 보유회사 정보 등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공개해야 할 자료들을 제출했다.

 

▲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공정위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 및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대기업에 준하는 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라인주식회사를 포함해 7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올 6월말 기준 자산총액이 7조2015억원에 달해 준대기업집단 지정이 유력해진 바 있다.

 

이에 이 창업자는 지난달 14일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네이버가 국내 재벌과 달리 개인이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는 구조의 기업이라며 KT나 포스코처럼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즉 이 창업자가 올 3월 네이버 등기이사직· 라인주식회사 회장직을 남기고 13년간 맡아온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Global Investment Officer) 타이틀만 갖고 있으며, 4%대의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회사를 소유 지배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네이버는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재벌 그룹과 지배구조가 다르다는 점과 이 창업자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가 없기 때문에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로 규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무엇보다 네이버는 글로벌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려 했다. '재벌' 딱지가 붙을 경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규정되면서 글로벌 IT 시장 진출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국내를 벗어나 아시아 및 유럽으로 사업 반경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안방'인 북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사업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창업자는 올 3월 등기이사직과 라인 회장직만 유지하고 13년간 맡아온 의장직에서 물러나 유럽으로 날아가 현재까지 글로벌 투자 활동에 '올인'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는 외부 인사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새로운 의장으로 선임하고 인터넷 서비스 전문가이자 네이버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한성숙 대표를 선임하는 등 경영 뼈대를 바꾸며 인터넷 기반에서 기술 기반의 기업으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왔는데, 실제 이 같은 노력은 라인의 일본 도쿄 증권시장 상장시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투명하고 선진적 지배구조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이 창업자는 현재 유럽에서 유망 기술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한국 재벌 총수라는 딱지가 붙으면 공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벌이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재벌이라는 단어는 영어사전에도 등록됐는데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기업 이미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해외 사업이 가장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는 공정위가 매년 새로 동일인지정 심사를 하는 만큼 내년에는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기 위해 역량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이 창업자는 최근 보유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했는데, 잔여 주식마저 추가 매각하거나 등기임원직을 내려놓는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정위가 매년 심사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사안을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라며 "이에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공개해야 할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앞으로도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네이버는 이 창업주를 총수로 지정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라며 "순수 민간기업의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지금까지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민영화된 기업과 외국계, 법정관리 기업을 제외하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번 이해진 GIO의 총수 지정 건이 논쟁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미 있는 성장과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을 수 있도록 대기업집단 제도가 30년 전의 시각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운용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라며 "앞으로도 순환출자 및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 투명한 플랫폼 운영, Integrity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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