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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폐기'는 뻥카?…그래도 증시엔 부담

  • 2017.09.04(월) 10:30

트럼프 한미FTA 폐기 가능성 언급
현실성 높지는 않지만 증시엔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지지부진한 한미FTA 개정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란 해석이 일반적이지만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개정협상보다 실제 폐기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미국 외부는 물론 내부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만큼 단시일 내에 한미FTA를 폐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다만 북핵 리스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보호무역 공세마저 맞물리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한미FTA 폐기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허리케인 재해지역인 휴스턴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FTA 폐기 여부에 대해 내주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개정협상은 물론 폐기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발언의 지난달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국의 의도대로 개정협상에 착수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일차적으론 신속한 개정협상을 끌어내는 한편 추후 개정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는 얘기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FTA 개정협상보다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는 협정 폐기 또는 종료를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FTA 조약은 일방적인 종료 통고와 함께 180일이 지나면 상대국의 의사와 상관없이 효력이 사라진다. 

◇ 현실적으로 폐기 쉽지 않지만

그렇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한미FTA 폐기에 나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미FTA가 양국 무역에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고, 미국 내부에서도 한미FTA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2012년 한미FTA 체결 이후 양국 무역규모가 더욱 확대됐다"면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 증가는 FTA보다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에 주로 기인하는 만큼 일방적인 협정 폐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식 보호무역과 고립주의에 대해 미국 내외부의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면서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미제조업자협회, 미국축산협회 등이 모두 반대하고 있어 단시일 내 협정이 폐기되진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도 "한미FTA가 표면적으로는 경제와 무역에 관한 협정이지만 정치와 군사,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서 "절차적 측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각료인사는 물론 공화당 위원들도 폐기를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식시장 불확실성은 커질 듯

다만 실제 한미FTA 폐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주식시장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북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가 더욱 강력한 보호무역 공세를 예고하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정희 연구원은 "트럼프의 성향을 고려할 때 재협상보다 폐기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국은 우회적으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등의 추가 시장 개방을 요구할 수 있고, 트럼프식 보호무역과 계속되는 무역보복 가능성 등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춘영 연구원은 "그동안 한미 FTA 개정협상에 대한 우려가 있긴 했지만 협정 폐기는 또 다른 변수"라면서 "최근 북한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함께 한미동맹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미국과의 통상마찰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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