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BNK·DGB의 '약한 고리'

  • 2017.09.07(목) 10:56

지방금융그룹 윤리의식·지배구조 취약
낙하산 인사에 빌미…내부관리 강화해야

박인규 DGB금융 회장의 경찰 입건으로 지방금융그룹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성세환 회장의 검찰 구속을 겪은 BNK금융에 이어 DGB금융도 경영 공백이 우려됩니다. 

지방금융그룹들은 그룹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경영진의 의식과 경영 시스템으로 외풍에 여지를 줬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제껏 방치한 '약한 고리'를 개선해야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 기본 안 지킨 DGB금융

박인규 DGB금융 회장은 지난 5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입건됐습니다. 그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들인 후 되팔아 현금을 찾는 '상품권깡' 수법으로 30억원대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 초반인 만큼 박 회장이 법을 어겼다고 단정하긴 이릅니다. 경영상 꼭 필요한 용도로 썼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게 대구지방경찰청 측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기업이 급하게 현금을 쓸 일이 있을 때 상품권을 현금화하기도 합니다. DGB금융 관계자도 "전 영업점 직원에게 금일봉을 주는 등 특수활동비로 썼다"고 해명했습니다.

불법이든 아니든 금융그룹의 수장으로서 적절한 행동은 아닙니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회사가 돈을 불투명하게 쓴다면 믿고 거래하기 어렵겠지요. 기본적인 윤리를 놓쳐 지탄도 높습니다. 자칫 BNK금융처럼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 BNK금융, 지배구조 문제에 파벌까지

BNK금융은 허술한 지배구조로 빈축을 샀습니다. 성세환 BNK금융 회장은 지주 이사회 의장과 부산은행장까지 겸직했습니다. 권력이 회장에 집중되다 보니 이사회와 임원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주가 조작 등 무리한 결정으로 이어지면서 경영 공백과 낙하산 인사를 초래했습니다.

경영 승계 프로그램도 느슨합니다.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은 고령(71세)에도 차기 BNK금융 회장 후보로 유력하게 꼽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업고등학교 동문이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뒷배를 봐준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CEO의 신규 선임 나이를 67세 미만으로 규정한 대형금융그룹들과 달리 BNK금융은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아 낙하산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극심한 파벌도 낙하산 인사에 빌미를 줬습니다. BNK금융은 동아대학교와 부산상업고등학교 출신간 갈등이 팽팽합니다. 부산과 경남은행도 인수, 피인수 관계인데다 지역감정까지 겹쳐 껄끄럽고요. 금융권에선 "BNK금융은 파벌이 심해 차라리 외부인을 데려오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 '약한 고리' 방치해 낙하산에 빌미

내부 문제가 산적했는데도 세간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채 곪을 대로 곪다가 터지는 형국입니다. 정치권은 이때다 싶어 낙하산을 꽂을 기회를 노리는데요. 참여정부와 끈끈한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BNK금융 회장으로 급부상하는가 하면 '최경환 라인'으로 꼽히던 박인규 DGB금융 회장은 경영 공백에 들어갈 판입니다.

BNK금융과 DGB금융은 2020년까지 총자산을 각각 140조원과 10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지역 맹주를 벗어나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포석인데요. 외형은 점점 커지는데 경영진의 의식과 경영 시스템은 제자리 걸음 상태입니다. 결국 외부에서 '약한 고리'를 파고들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KB금융은 지난 10년간 지배구조 혼란과 내분으로 '리딩뱅크'의 자리를 신한금융에 내줬습니다. 금융회사의 덩치가 아무리 커도 내부 관리에 소홀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줬죠. 성장의 문턱에서 비틀거리는 지방금융그룹들이 지금껏 방치한 '약한 고리'를 보완하면서 발전하길 바랍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