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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자리]①"영화속 얘기가 아니다"

  • 2017.09.07(목) 16:39

미래 노동시장 관념 급변…지금부터 준비해야
직업뿐 아니라 가정내 역할도 로봇대체 가능

인공지능이 보편화될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일자리에도 변화가 닥쳐올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라 단순·반복 직군의 일자리는 감소하고 창의성·전문성 기반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새로운 직무 분석에 기반한 중장기적 일자리 변화 예측모델을 개발키로 했다. 이에따라 일자리4.0 시대에 직업군은 어떻게 바뀔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지, 시대변화에 따라 고용자와 근로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연재한다.[편집자]

 

 

'사진 뉴스 반응형 웹 플랫폼을 제작해주세요. 개발금액은 1000만원이고, 개발기간은 60일 입니다.'
'금연 관련 종합관리 시스템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개발기한은 100일이고, 개발금액은 5300만원 이예요.'

 

기업의 프로젝트를 개발회사 또는 프리랜서와 연결시켜 주는 아웃소싱 플랫폼 위시켓(Wishket)에 올라온 프로젝트 내용이다. 프로젝트 내용을 개시한지 수 일 만에 지원자는 각각 17명, 34명 이나 됐다.

 

요즘 플랫폼 비즈니스가 뜨면서 일자리도 프로젝트별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현재 위시캣에 등록된 프로젝트는 8600여건, 개발회사 및 프리랜서는 4만여명이 넘는다.

 

물론 아직 낯설다는 평들이 많다. 고정된 직장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또다른 일을 찾아나서야 하는 불안감이 크지 않느냐는 근로자 입장부터 개발을 믿고 맡길 인재인지 아닌지 쉽게 검증할 수 없으니 불안하다는 고용자 입장까지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 같은 채용문화가 보편화될 전망이다. 싫던 좋던 자녀 세대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할 분위기다.

 

ICT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로 인해 일과 일자리, 임금에 대한 전통적 인식이 급격하게 바뀔 것이라고 예견한다. 앞으로는 극도로 유연하고 일시적인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들이 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 미래 취업관념을 바꿔라…'온디맨드'가 대세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예견한 세계경제포럼(WEF)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저서에서 "오늘날 온디맨드 경제는 일과 사람의 관계, 노동을 포함한 사회적 구조와 사람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면서 "휴먼 클라우드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고용주가 점차 늘어나고, 전문직 활동은 구체적 업무와 개별적 프로젝트로 나뉘어 세계 곳곳의 잠재 노동자가 등록된 가상의 클라우드에 업로드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는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피고용자가 아닌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형 노동자(Independent worker), 즉 프로젝트 별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상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미래일자리팀장도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프리랜서 등 일시적 고용형태가 늘어나 노동시장구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밝혔다.

 

일부 전문가 집단에서 벗어나 이미 정부까지도 미래 일자리 변화상을 이 같이 진단한 것이다.

 

최상운 미래일자리팀장은 "4차 산업시대에는 지금처럼 일과 노동자가 상시 연결되는 형태가 아닌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일자리와 인재가 연결되는 온디맨드 경제가 될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일과 인재가 연결돼야 하는 만큼 도급·용역·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시장구조로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디맨드 경제는 수요자가 요구하는 대로 서비스, 물품 등이 온라인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온라인과 모바일의 특성상 시간대가 정해진 것이 아닌 상시적으로 거래가 진행된다는 특성을 갖는다.

 

이는 기업과 노동계약을 체결한 상시직원인 종업원을 뜻하는 임플로이(employee)에서 단순히 일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워커(worker)로 노동자의 개념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 팀장은 "우버와 같은 플랫폼 경제 노동자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형태로 일한다"며 "노동유연성이 점점 확대되고 노동자들이 자신의 근무환경을 결정하고 통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직종별 표준계약서와 표준약관을 새롭게 마련하고 변화되는 환경에 맞춘 근로기준법, 상법 등 새로운 법제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아직 먼 얘기라고?"…준비 안하면 큰일

 

이쯤되면 "에이! 그래도 아직은 먼 세상 이야기군"이라고 치부할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호모데우스'를 쓴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와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를 쓴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인간과 비슷한 지적능력 수준의 인공지능이 보편화되는 시기를 20년 후로 내다봤다. 유발 하라리 교수는 역사의 진보와 방향성 분야에서,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 분야에서 저명한 인물이다.

 

20년 후면 초등학교 1학년생이 사회 생활을 시작할 나이고, 대학교 1학년생은 직장생활에서 중간 간부급이 돼 있을 나이다. 멀리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과연 현재 인간이 담당하는 역할중 상당부분이 2040년경 로봇이 대체한다면 어떨까.

 

▲ 영국 드라마 휴먼스의 한 장면. 휴머노이드 아니타(오른쪽 첫번째)가 엄마를 대신해 육아를 하고 있다. [사진=휴먼스 홈페이지]

 

지난 2015년부터 영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휴먼스(Humans)는 인간과 유사한 로봇, 휴머노이드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미래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로봇이 직업뿐만 아니라 가정내 인간관계까지 대체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드라마속 한 남자는 가정용 인공지능 여성 로봇 '아니타'를 구입한다. 아니타는 미모가 뛰어나며 집안 살림은 물론 육아도 잘한다. 남자의 아내는 곧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일하느라 가정에 신경쓰지 못한 자신이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속 한 학생은 진로문제로 부모와 갈등을 겪는다.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부모에게 그는 "의사가 되기 위해 7년을 공부하고 나면 로봇이 모든 수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고 항변한다. 부모의 교육 가이드가 무의미해진 경우다.

 

비록 드라마속 상상력이지만 매우 그럴듯 하다. 미래 로봇세상을 먼 얘기로만 치부하고 있다간 일자리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대해 박가열 한국고용정보원 박사는 "대체될 위협이 높은 직종을 심층분석해서 조기경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이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교육훈련 체계를 강화하고 기술기반 창업지원체제를 구축,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오민홍 동아대학교 교수도 "노동시장 매칭문제와 사회안전망 준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로봇이 또 다른 로봇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오면 인간이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로봇티즘이 사회·경제를 이끌어가는 사회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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