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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잠실 50층, 은마는 웁니다

  • 2017.09.09(토) 09:00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잠실에서 환호가 터졌습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소에는 "매물로 나온 집 있냐"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뒤 찬물을 끼얹은 듯했던 요즘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었죠. 매물 호가(呼價)도 하루 사이 3000만~4000만원이 뛰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날 서울시는 최고 50층짜리, 6401가구 규모로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는 잠실5단지 재건축 계획안이 사실상 통과됐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하루 앞서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이 재건축안은 형식상으론 '보류' 결정이 나왔는데요. 단지내 공공시설 등에 대한 국제 현상 공모 등 세부사항만 논의과제로 남겨뒀기 때문에 핵심인 최고 50층 재건축 계획 자체는 승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 은마아파트/이명근
 

잠실 주공5단지는 1977년말 준공된, 만 40년이 다 된 강남권의 대표 재건축 추진단지입니다. 현재는 최고 15층 3930가구로 구성됐죠. 이번 계획 승인으로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주변에 들어서는 주상복합 3개동과 오피스 1개동 등 4개동은 50층으로 지어지게 됐습니다.

 

주공5단지의 50층 재건축은 이 단지 조합원들의 숙원이었습니다. 지난 2월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 목소리를 한 번 들어볼까요?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 규제 공화국인가요? 우린 일률적인 최고 35층 층수 제한으로 인한 성냥갑 아파트가 도시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싫습니다. 한강쪽은 15층으로 낮게 앞 도로 쪽은 50층으로 건설하는 안이 미적 감각을 살리는 건축입니다. 왜 시민들의 창의성을 짓밟는지 알 수 없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이 후 서울시에서 50층짜리 아파트를 허가한 것은 잠실5단지가 처음입니다. 시는 2014년 '2030 서울플랜'이라는 기준을 마련해 주거지역(3종 일반) 아파트는 35층이하로만 짓도록 제한해왔습니다. 지난 2월만 해도 시는 50층 재건축에 유보적 입장이었죠. 그렇다면 이 단지에 초고층 건립이 허용된 건 왜일까요? 서울시 입장이 바뀌기라도 한 걸까요?

 

▲ '2030 서울플랜'에서 지시한 높이관리 기준(자료: 서울시)

 

여기에는 잠실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성이 있습니다. 2030 서울플랜은 '3대 도심(광화문·시청, 영등포, 강남)'과 '7대 광역중심(용산, 청량리, 창동, 상암, 마곡, 가산, 잠실)'에 짓는 주상복합 건물은 35층 이상까지 높이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잠실은 여기에 포함되죠.
 

▲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서 바라본 잠실 주공5단지 오른쪽으로 롯데월드타워 등 잠실역4거리 업부상업시설이 보인다.(사진: 네이버로드뷰)

 

잠실역 4거리를 사이에 두고 잠실5단지 대각선 구역에는 높이 555m의 롯데월드타워가 서 있습니다. 업무·상업지구과 붙어있기 때문에 주공5단지중 가까운 일부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 주상복합을 짓는 것이 '특혜'가 아니라 '제도상으로 가능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시는 고층 재건축을 '공짜로' 허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준주거지역 건축연면적의 35%는 호텔, 컨벤션, 업무 등 비주거용도 건물(오피스 1개동)로 지어 기능적으로도 광역중심에 맞도록 했죠. 또 일반적인 한강변 재건축 단지보다 많은 전체 부지면적의 16.5%를 공원, 학교 등 이외에 한강명소화를 위한 문화시설 도입, 단지 내부 도시계획도로 등을 설치토록 했습니다.

 

 

특히 특혜 시비를 줄이기 위해 5단지 조합은 당초에 없었던 소형 임대주택 계획을 전체 주택의 9.2%에 602가구 규모로 추가했습니다. 이런 게 모두 감안돼 정비계획이 통과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입니다.

 

▲ 용도지역별 주택 최고 높이 관리 예시(자료: 서울시)

 

이런 잠실을 쳐다보는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한숨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역시 대표적 강남권 재건축인 '은마' 아파트 얘깁니다.

 

은마는 1979년 준공돼 잠실5단지보다는 두 살이 적습니다. 지상14층, 31개동 4424가구 규모로 외관도 주공5단지와 엇비슷해 항상 비교가 되는 단지입니다.

 

하지만 은마에 대해 서울시는 최고 35층 재건축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광역 중심'도 아니고 주거밀집지역인 대치동 지역에 있는 이 단지에 '종 상향(용도변경)'이라는 예외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 하늘에서 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변이 모두 주거지로 둘러싸여 있다.(사진: 네이버항공뷰)

 

지난달 서울시는 은마 재건축조합이 제출한 최고 49층 높이의 정비계획안을 "심의하지 않겠다"고 반려했습니다. 시와 조합은 2015년 말부터 5차례 걸쳐 층수 조정을 위해 협의를 하고 있지만 논의는 평행선을 긋고 있습니다.

 

지난한 층수 논란이 이어졌던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도 결국 최고 35층으로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시공사 선정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 최고 35층 높이를 확정하고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조감도 비교(위: GS건설, 아래: 현대건설)

 

최고 35층으로 제한하면 성냥갑 아파트 밖에 나오지 않는다던 과거 이 단지 조합의 주장과 최근 수주경쟁을 벌이는 현대건설, GS건설의 밑그림은 다소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은마(銀馬)는 더 높이 날고 싶답니다. 하지만 서울시 대답은 한결 같네요. "49층으로 올려 줄 명분이 없다 아입니까 명분이~"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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