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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의 취임 일성 "초심"…금감원 칼바람 부나

  • 2017.09.11(월) 16:13

금감원 설계자에서 18년 만에 수장으로 컴백
'소비자 중심' 개편 예고…"소임에만 충실할 것"

"지난 주말 보고를 받으면서 느낀 점은 초심이 많이 변해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변했는데 금융당국은 변했는지 의문이 있다. 금융 수요자에 중점을 두겠다."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취임하면서 금감원 기능과 역할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지난 1998년 지금의 금감원 설계에 관여했던 최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감원이 초심을 잃었다"며 쓴소리를 해 금감원 임직원들을 긴장하게 했다.

최 원장은 반면 금감원의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현재 법과 제도상에서 권한이 위임된 것을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며 "월권행위가 없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와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11대 금융감독원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금감원 설계자 언급하며 '초심' 강조


최흥식 신임 금감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취임사를 통해 금감원의 기능 재편을 예고했다. 그는 "금융감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있다 "며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금융감독의 원칙과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 금융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재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원장이 금감원의 초심을 강조한 것은 이유가 있다. 그는 1998년 금융감독원 설립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다. 민간 출신이라 금감원 조직을 잘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금감원 기능을 재편할 능력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 원장이 금감원의 기능 재편을 시사함에 따라 취임 뒤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 원장은 이를 위해 먼저 금감원장 직속 자문기구로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최 원장은 "이 기구는 금융권 전 권역에 대한 주요 감독 제도의 시행에 앞서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제도의 적정성을 중점 심의한다"고 설명했다. 또 위원회의 절반을 학계와 언론인 등 시민단체 전문가로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의 '공약'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과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최 원장은 다만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추후 금융소비자보호원 등으로 확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이밖에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이 시장에서 인정받도록 공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산 대응 노력과 환경 보호, 노사 관계 등과 관련한 사항을 공시하도록 하겠다는 것. 최 원장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투자 판단에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금융위와 관계 정립에는 "법과 제도 지킬 것"


최 원장은 반면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은 금융위와 역할을 어떻게 정립할 것이냐는 질문에 "법과 제도상에서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것과 금감원이 가지고 있는 것을 철두철미하게 지키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위로부터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인물이길 바라는 여론이 많았다. 금감원 노조가 앞서 금감원장 내정자로 거론되던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을 이례적으로 반겼다가 최 원장 내정 소식에는 발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민간 출신이 금융위원회를 잘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 원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최 원장은 이런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경기고 동문인 장하성 실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이번 금감원장 인선 과정에서도 이런 '인맥'이 도움이 됐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다.

최 원장은 금감원장 내정을 전후해 장 실장과 어떤 얘기가 오갔느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건 없었다"며 짧게 답했다. 하나금융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참외밭에서 신발 끈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며 "철두철미하게 (중립을) 지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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