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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왜 버려진 땅으로 가나

  • 2017.09.11(월) 17:16

주유소·모델하우스 등 '노는 땅'에 드라이브스루 입점
임대료 아끼고 신규 고객 창출‥매출도 20% 더 높아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2012년 1호점을 낸지 5년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그래픽= 김용민 기자]

 

스타벅스가 지난 5일 수원시 오목천동에 오픈한 수원권선DT(Drive-thru)점은 얼마 전까지 주유소로 운영됐던 자리다. 차에 탄 채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 특성상 통행량이 많은 목을 찾던 스타벅스는 이 주유소 자리를 임차했다. 수원시 권선구와 화성시 매송면을 잇는 도로변에 위치해 목이 좋고 도심보다 임차료도 쌌다.


주유소 등 목 좋은 자리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들어서고 있다. 지난 6월 오픈한 창원호계DT도 주유소 자리에 들어선 드라이브스루 매장이다. 일년가까이 영업하지 않던 주유소 자리에 스타벅스가 들어서자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호계동 한 주민은 "아파트 후문과 대로 사이에 끼어 죽은 상권이 스타벅스가 들어오면서 동네 사랑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일반 매장보다 장사도 잘 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고객이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료를 주문해 일반매장보다 매출이 20% 정도 더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 9월 주유소 자리에 오픈한 스타벅스 송파방이DT점은 비슷한 규모의 매장보다 고객 수가 20~30% 많다. 회전율도 더 높다. 매장 주변의 오금동·방이동 고객뿐 아니라 분당에서 잠실로 이동하는 차량 고객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자리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는 배경에는 경영난에 빠진 주유소도 있다. 1995년 주유소간 거리를 제한하는 규제가 없어지면서 주유소는 현재 1만2000여 개까지 늘었다. 과당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현재 폐업 신고도 못한 채 영업을 중단한 주유소는 1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장사가 안되는 주유소 건물주가 스타벅스를 입점시키기 위해 직접 본사에 전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리버사이드팔당DT점. 스타벅스는 평범한 개인 주택이 있던 곳을 드라이브스루 매장으로 개발했다. [사진 = 회사 제공]


스타벅스가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내는 곳은 주유소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부산에 문 연 을숙도강변DT점은 폐허가 된 공장부지에, 전북정읍DT점은 모델하우스 자리에 입점했다. 속초DT점과 익산영통DT점, 서귀포DT점은 버려진 땅을 개발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활용가치가 없던 나대지, 건물 폐허 등 효율성이 떨어진 곳을 적극 활용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스타벅스의 '고민'도 해결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해 매출 1조원과 매장 수 1000개를 돌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커피업계의 넘사벽"이라며 "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도 있다"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도심 임대료가 비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이석구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기자와 만나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도로변에 입점한다"며 "도로변은 기존에 없었던 상권이고 주변 상권과의 마찰도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드라이브 스루 매장수는 115개다.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2013년 4개, 2014년 23개, 2015년 59개, 2016년 97개 등 매년 늘고 있다. 올해에만 18개 매장이 추가로 문을 열었다. 2012년 경주에 드라이브스루 매장 1호점을 낸 뒤 5년 만에 100호점을 돌파했다. 현재 드라이브스루 매장 비중은 전체 매장 1068곳 중 10.7%다. 스타벅스 매장 열 곳 중 한 곳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이란 이야기다.


올해 상반기 스타벅스코리아 매출은 5935억원으로 전년대비 29.3%, 영업이익은 528억원으로 51%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하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한 일반 매장보다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여력이 크고,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상권에도 신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다"며 "앞으로 교통 통행량이 풍부한 지역, 대중교통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된 지역, 지방 중소도시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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