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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자본시장법]下 어떻게 바꿀까

  • 2017.09.12(화) 15:20

"금융투자업자 스스로 원칙 구체화해야"
일본식 영역별 이원화 방안도 고려 대상

자본시장법이 제정된 지 10년 지났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위기 때마다 후속 규제가 덧대기식으로 더해지면서 법 취지가 무색해졌다. 그러자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필요성과 방향을 두 편에 걸쳐 모색해본다. [편집자]

영국과 호주 등 우리나라가 자본시장법의 모델로 삼은 금융 선진국들은 이미 10여 년 전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했다.

창의적인 영업 행위를 유도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방식이 금융혁신은 물론 투자자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규제 체계라는 반증이다. 


◇ 원칙 중심 규제 전환 필요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규정 중심 규제는 법령에 나열된 절차와 방식만 허용한다. 그러다 보니 규정에 없는 신상품 개발이나 업무 혁신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심지어 규정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다반사다.

반면 원칙 중심 규제로 전환한 영국과 호주 등은 최상위 원칙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사항은 금융회사 스스로 결정하는 구조다. 금융회사의 자율성이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융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금융회사는 '회사법'에 따라 11개의 일반 의무만 준수하면 되고, 나머지 결정은 모두 금융회사의 몫이다. 반면 원칙을 위반하면 강력한 사후 제재가 뒤따른다.

우리나라 금융 규제 역시 원칙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규제의 주체를 당국에서 시장참여자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처럼 영역별로 규정 중심과 원칙 중심 규제로 이원화해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임동춘 국회 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장은 "모든 영역에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원칙만 제시하면 명확성과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새로운 규제 방식이 당장은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만큼 일본의 접근 방식을 벤치마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금융혁신과 투자자 보호 더 유리

원칙 중심의 규제는 포괄적인 원칙을 제시하는 만큼 규정에 없는 새로운 위험에도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선 신속한 입법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규정 중심 규제가 규제 공백과 투자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칙 중심 규제는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한 수용성을 높여 시장 변화에 따른 탄력적 대응과 적시 조치가 가능하다"며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는 영업 행위가 우려될 수 있으나 사후책임을 강화해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칙 중심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 수위를 훨씬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태용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원칙 중심 규제를 도입하면 원칙의 해석을 통해 규제 공백을 메울 수 있고, 금융투자업자들은 높은 수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보완하는 등 능동적으로 노력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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