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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녹찻잎…아모레 오설록 '부진'

  • 2017.09.12(화) 17:59

마트 브랜드 '설록' 단종 여파 매출 위축
"프리미엄사업으로 구조전환..차 문화 전파도 계속"

아모레퍼시픽이 공을 들이고 있는 녹차 사업부 '오설록'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저가 녹차 브랜드 '설록'이 단종되면서 빈자리가 생겼고 전체 녹차 시장도 커피에 밀리고 있어서다. 오설록은 회사 전체 매출의 0.9%에 불과하지만 선대 회장부터 서경배 회장까지 내려오는 녹차에 대한 자존심이 걸려있는 사업부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 '생활용품과 오설록' 매출은 1109억원으로 전년대비 14.9% 감소했다. 작년 2분기 79억원이었 영업이익도 지난 2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외형과 내실 모두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회사 측은 "오설록 사업부는 선물세트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2분기 오설록의 단독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적엔 '설록'의 빈자리가 생기고 있다. 1분기 오설록 매출은 118억원으로 전년대비 11.5% 줄었다. 오설록 매출은 2014년 634억원, 2015년 560억원, 2016년 517억원 등 매년 감소추세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오설록 매출은 400억원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이 오설록의 사업구조를 프리미엄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4년부터 대형마트에서 '설록' 브랜드를 철수하 고 '오설록' 티하우스 및 로드샵과 백화점 티샵에 집중하면서 일시적으로 외형적 성장세는 주춤한 모양새다.  


[그래픽= 김용민 기자]


공장가동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충북 진천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녹차 생산 공장인 설록차사업장 생산실적은 2014년 1210억원에서 지난해 312억원으로 2년 만에 4배 가까이 줄었다. 올 상반기 생산규모도 14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공장 가동률도 2015년 72.6%, 2016년 63%, 올 상반기 62.5%로 떨어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 저가 브랜드 '설록'을 단종하고 2015년 진천 공장에서 생산하던 건강기능식품을 안성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생산규모가 줄었지만 오설록 자체의 생산 실적은 소폭 상승하고 있다"며 "전체 생산실적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설록' 브랜드를 단종했음에도 실제 매출 감소폭은 그보다 훨씬 못미치는 20% 수준이다. 따라서 프리미엄 브랜드 '오 설록'의 성장세가 '설록'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는 채워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설록뿐만 아니라 국내 차(茶) 시장 자체가 부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차류 생산규모는 2014년 8197억원에서 2015년 7663억원으로 줄었다. 이 기간 차류 생산량도 46만톤에서 36만톤으로 감소했다. 차 시장이 고전하는 배경에는 커피가 있다. 2016년 커피시장 규모는 6조4000억원대로 매년 뜨겁게 성장하며 녹차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커피전문점이 차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위협요소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된 차 브랜드 '티바나' 매출 비중은 3%에서 10%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투썸플레이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올해 5월 차 브랜드 TWG를 들여온 뒤 차 매출이 60% 증가했다"고 말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전문점 '오설록 티하우스' 매장수는 15개로 제자리걸음이다.


한해 매출 5조원이 넘는 아모레퍼시픽 포트폴리오에서 오설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남다르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자 고 서성환 회장은 "어느 나라를 가도 나라마다 독특한 차가 하나씩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차문화를 정립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녹차 사랑은 그의 아들 서경배 회장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제주에 녹차 밭과 '티 뮤지엄', 녹차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의 녹차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며 "수익성을 떠나 차 문화 전파를 위해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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