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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취임 못하는 은성수, 구조조정 놓칠라

  • 2017.09.14(목) 11:31

수은 노조 '낙하산' 반대 일리 있지만
구조조정은 '수장'만큼 '타이밍'도 중요

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벌써 4일째 은성수 신임 행장의 취임을 막고 있습니다. 은 행장이 정부의 '낙하산'으로 꼽히는 만큼 수장 자리를 쉽게 넘길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책은행 '낙하산' 인사 문제가 심각했던 만큼 수은 노조의 반대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는 만큼 보다 다양한 맥락을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 이유 있는 노조 반대

수은 노조는 지난 11일부터 4일째 은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은 행장은 문재인 정부의 '낙하산'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참여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을 지낸데다 현 정부 실세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문입니다. 업무능력보다 정권 실세와의 인연으로 자리에 올랐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입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수장 자리엔 늘 친 정부 인사가 오곤 했습니다. '힘센 인사'가 오면 정부의 협조를 받기 쉽다는 이유로 부족한 전문성을 어느 정도 묵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등 '낙하산' 수장들이 조선, 해운 구조조정에서 무능을 여실 없이 드러내면서 경각심을 높이게 됐습니다.

은 행장이 한국투자공사 사장 때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인 것도 반대 요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면서 성과평가기준 마련보다 연봉 차별화에 집중해 반발을 샀습니다. 국책은행은 성과연봉제의 주요 타깃이었던 만큼 은 행장을 고깝게 볼 수밖에 없겠지요.


◇ 구조조정 골든타임 놓칠라


수은 노조는 올해 유독 길게 신임 행장의 취임을 막고 있는데요. 과거엔 하루 정도 취임식을 지체한 것에 비해 강경해진 셈입니다. '낙하산' 수장들에게 쌓인 불만도 크지만 노동 친화적인 정부 기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가 힘을 받을 때 최대한 협상의 우위를 점한다는 포석이지요.

노조의 강경 대응이 자칫 현안 해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수은은 당장 성동조선 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금융당국, 채권단과의 논의도 서둘러 진행해야 하고요. 이해관계자간 협조가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조정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 박람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은 행장이 금융위원회와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노조만을 위하기보다 전체 은행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노조의 강경 대응이 수은뿐만 아니라 은행권 전체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입니다.

◇ 국책은행 노조 걸 맞는 책임감 필요

국책은행에 대해 일각에선 "조선사, 항공사 등을 모두 갖췄으니 진짜 재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재벌 못지 않게 많은 기업을 떠안았다는 뜻인데요. 그만큼 여러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에 책임이 있습니다.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의사결정 시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야겠죠.

노조에서 제기하는 '낙하산' 문제는 장기적으로 꼭 해결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이끌 '수장' 못지 않게 '타이밍'도 중요합니다. 이해관계자간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야 하지요. 구조조정 지연과 혼선으로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게 수은 노조가 원하는 결과는 아닐 겁니다.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노조 또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세간에선 수은 노조가 직원 복지를 타내기 위해 알력 행사를 한다는 눈총도 보냅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고 구조조정에 집중하려면 현재의 강경 태세를 낮출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맥락을 고려해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게 국책은행 노조에 걸 맞는 책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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