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카카오뱅크, 뜻밖의 메기 효과

  • 2017.09.14(목) 17:12

카뱅發 은행 금리경쟁에 신용대출 '들썩'
편의증진 효과 크지만 '리스크 관리' 우려도

"카카오뱅크 영업 본격화와 일부 은행의 우대금리 상품 출시 등에 따라 신용대출이 증가했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뜻하지 않은 데뷔(?)를 했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매달 발표하는 가계대출 동향 자료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대형 시중은행들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턱없이 작은 은행인데 시장에 미치는 '메기 효과'가 대단하긴 한가 봅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8월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규제를 강화한 주택담보대출은 줄었는데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금융위는 '카카오뱅크의 영업 본격화'를 신용대출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관련 기사 ☞ 8월 주택담보대출 주춤했지만…신용대출 들썩

이제 첫걸음을 뗀 카카오뱅크가 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니, 너무 과장된 해석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지난 7월 27일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의 8월 중 신용대출 규모는 1조원입니다. 6~7월에 전체 은행 기타대출(신용대출 등) 규모가 각각 1조 8000억원 가량이었으니 적지 않은 금액이긴 합니다.

다만 주목할 만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실행한 대출액 자체가 아니라 카카오뱅크의 '메기 효과'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면서 은행권 전반적으로 신용대출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은행권 기타대출 중 신용대출 증가액만 보면 지난 7월 1조 1000억원에서 8월에는 무려 3조원으로 뛰었습니다.

▲ 자료=한국은행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1400조원에 달하는데 신용대출 1조~2조원은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매달 이런 식의 증가세를 보이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달 늘어난 은행권 기타대출 규모는 총 3조 4000억원인데요. 이는 사상 최대치입니다. 신용대출은 통상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큰 대출로 여겨지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우려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출범에 따른 '개점효과'가 사그라지면 대출 증가세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들도 카카오뱅크의 대출금 증가세가 주춤하면 우대금리 상품을 지금처럼 공격적으로 내놓지도 않을 거고요.

하지만 어쨌든 카카오뱅크 '메기 효과'가 나타난 타이밍은 안 좋았던 것 같긴 합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조이면서 그 풍선효과로 신용대출의 '수요'가 늘었고, 이 와중에 카카오뱅크와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낮춰가며 공격적으로 '공급'을 늘렸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편리한 대출'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특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왔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은 비대면으로 개인대출을 하기 때문에 엄정하게 심사하지 않으면 자칫 '과잉 대부'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고, 권영준 한국뉴욕주립대 경영학부 교수의 경우 "신생 은행의 대출영업 확대는 빚을 권장하는 영업으로 이어지고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더욱 촉발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대출금리 인하와 소비자 편의성 증대는 대출 증가를 촉발할 수 있는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를 올려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거나 소비자가 불편하게 하는 게 정답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마냥 카카오뱅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뭐든지 너무 과하지 않게 적정한 수준의 관리가 이럴 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지적은 있습니다. 애초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 효과로 금융권의 혁신을 기대했습니다. 전 세계 금융권에서 불고 있는 핀테크 돌풍에 맞춰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진적인 대출 심사', '블록체인을 활용한 보안 강화와 영업 효율성 증대' 등 기술적인 진화를 기대한 것입니다. 지금처럼 단순히 가격 경쟁만으로는 혁신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아직 '핀테크'라고 할 만한 기술이나 서비스를 선보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금융권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메기 효과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길 기대합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