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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KB금융, BNK와 달랐던 이유

  • 2017.09.17(일) 07:40

[KB회장 레이스 관전포인트]③
시스템-이사회-경영성과 '삼박자' 맞아 떨어져
BNK 외풍 빌미 줬지만 KB 착실한 대비로 방어

14일 KB금융지주 확대 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가 열리기로 한 국민은행 명동 본점. 오후 6시가 다가오면서 한 명 씩 모습을 드러낸 확대위 위원(사외이사)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문 채 빠른 걸음으로 건물 입구로 들어섰다. 노조원들은 한 시간 전부터 로비 바닥에 앉아 큰소리로 구호를 외치며 농성했다. 그로부터 3시간 가까이 지났다.

저녁 9시45분쯤 임시로 만든 기자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정면에 사외이사들이 앉을 의자 6개와 테이블이 놓였다. 모두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3명 내외의 차기 회장 숏리스트 발표치고는 거창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어 배포한 보도자료엔 전혀 예상 밖의 결과가 적혀 있었다. 숏리스트 3명 모두 내부출신이고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둘은 인터뷰를 고사하면서 결국 윤 회장 단독 후보가 됐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숏리스트 3명 혹은 4명 중 한 명은 외부 출신 인사가 포함될 것이란 게 정설로 여겨졌다. 그가 누구일지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다. 기사 방향도 외풍 혹은 낙하산 논란에 초점을 맞춰 준비했다.


일면 싱겁게 끝나버린 점도 있지만 KB엔 다행스런 결과다. 지난 2008년 황영기 KB금융 초대 회장부터 어윤대, 임영록까지 모두 외부 출신에 낙하산으로 얼룩진 인사였다. 낙하산 인사는 불안정한 지배구조와 조직분란이란 결과를 낳았고 이런 악순환을 10년 가까이 되풀이했다. 그 사이 조직은 망가지고 리딩뱅크 지위도 잃었다.

윤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한 것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 흑역사를 끊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새롭게 짜여진 지배구조 시스템(후계승계 프로그램), 사외이사의 결단, 윤종규 회장의 경영성과 등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평가다.

 

▲ 지난 14일 KB금융 확대 지배구조위원회 직후 6명의 확대위원(사외이사)들이 기자들에게 숏리스트 선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시스템- 이사회- 경영성과 삼박자 맞았다

최영휘 확대위원장이 이날 숏리스트 선정 배경을 설명하면서 "KB금융의 지배구조(후계승계) 시스템이 자리잡고, 안정적으로 작동되게 하는 시금석 단계에 와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7명의 압축후보를 3명으로 추리는 과정에서 회추위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자 다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순위를 냈다. 그 결과 낮은 점수를 받은 외부인사는 자연스레 탈락했다. 확대위원들조차 예단한 상황은 아니라는 점을 역설하면서 결국 시스템으로 걸러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KB사태' 이후 금융권에선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탄생의 결정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 윤 회장 역시 취임 이후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이 지배구조였다. KB 이사회가 현직 CEO에 '연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영연속성과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추진했지만 CEO의 권력독점, 장기집권이란 우려와 반발이 커 결국 무산되긴 했다. ☞관련기사KB금융 후계승계 '경영연속성 vs 권력화' 어쩌지?

◇ 심혈 기울였던 이사회 구성 '빛 봤다'

이처럼 윤 회장은 지배구조 안정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고, 이사회 구성 역시 심혈을 기울였다. KB 차기 회장 선출이 시작되면서 동시에 불거진 외풍 가능성과 관련해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결국 이사회에 달려있다"면서 "KB 이사회가 흔든다고 흔들릴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최영휘 이사회 의장(확대위원장)은 신한금융 사장을 역임했고, 박재하 사외이사는 신한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둘 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견고한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의 지배구조를 경험했던 만큼 KB의 새 지배구조를 안착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을 얻은 바 있다. 박재하 이사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추천을 받았고, 이병남 사외이사는 김상조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현 공정거래위원장), 김유니스경희 이사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소액주주 추천을 통해 이사회 멤버가 됐다.

실제 이들 사외이사는 다른 금융권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과 반대로 이사회에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3년 전에 구성한 사외이사이지만 그 사이 정권이 바뀌면서 이번 정권 실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인물이란 점도 눈에 띈다. 그만큼 이사회에 힘이 실렸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KB금융 이사회에 뜬 '노(No)맨'

 

▲ 명동본점 로비에서 농성중인 KB 노조


◇ BNK 외부 빌미 줬지만, KB 철벽수비 통했다

무엇보다 윤종규 회장의 지난 3년의 성과가 결정적이었단 해석이 나온다. KB금융 한 사외이사는 확대위 직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윤 회장이 경영을 잘했으니까 그런 점이 평가를 받은 것"이라고 명쾌한 답을 내놨다. 이 점이 결국 새 정부들어 낙하산, 외풍 우려를 촉발한 BNK금융 차기 회장 선출 과정과 대조되는 점이다.

BNK금융의 경우 김지완 회장이 낙하산 논란에도 회장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된 것은 전임 회장의 비리와 내부 파벌싸움 등이 빌미가 됐다. 오히려 외부인이 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을 정도이니 자초한 셈이다.

이후 민간 금융회사에 대한 외풍과 낙하산 우려를 더욱 키웠지만 결국 윤 회장의 명확한 경영성과가 연임을 위한 확실한 명분이 돼 줬다. 국민은행 등 KB 계열사 노동조합이 윤 회장 연임 반대를 선언하고, 경찰에 고발까지 하는 등의 상황은 가장 부담스러웠을 터다. 자칫 외부에 빌미가 될 수도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도 지난 3년간 KB를 리딩뱅크 반열에 다시 올려놓고, KB의 자존심을 회복했던 것 등의 성과가 밑바탕에 깔린 덕분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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