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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채용에 대하여

  • 2017.09.17(일) 09:31


한창 결혼 시즌이다. 결혼하게 된 사연은 제각각 일테지만 통상 중매 결혼이 연애 결혼보다 부부간 애정이 높다고 한다. 중매 결혼을 통해 이뤄진 부부 간의 애정도는 결혼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연애 결혼을 한 부부보다 약 두 배 정도 강하게 나왔다. 몇년 전 하버드 대학이 조사한 결과다.

중매의 경우 결혼 전 상대방의 목표와 집안, 관심사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혼을 결정하기 때문에 난관에 부닥치더라도 함께 힘을 합쳐 이를 헤쳐나간다. 반면 연애 결혼은 어려움에 부닥치면 낭만적 시기가 끝나버리고, 부부의 관계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더 쉽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또 취업 시즌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취업은 결혼보다 우선 순위다. 우리나라 출산률이 낮아지는 것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해서이고 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은 미래가 불안하고 당장 소득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올해 취업 시장에서 가장 핫이슈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나 면접 등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출신 지역이나 신체 조건, 가족 관계, 학력 등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만을 토대로 평가한다.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은 기회를 평등하게 주고 과정을 공정하게 하자는 취지다. 그래서인지 정부나 공공기관, 공기업을 넘어 금융사, 일반 사기업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을 뽑을 수 있다는 점도 선호 요인중 하나다.

그렇다면, 불합리한 것들을 '블라인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블라인드'가 선택에 있어 선입견을 배제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된다. 소비자가 브랜드나 제조 회사를 알 수 없도록 가린 상태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품질을 평가하도록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처럼.

정작 '블라인드'에 더 큰 것들이 가려질까 걱정이다. 우선 시대적 흐름이다. 바야흐로 빅데이터 시대다. 다양하고 방대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해석하고 비즈니스에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낸다. 취업자 정보를 충분히 이용해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하는게 이런 흐름에 오히려 부합한다. SNS에 올린 내용도 취업자료로 쓸 수 있는 나라도 있다.

앞서 소개한 연구 결과에서 중매 결혼의 만족도가 더 높은 직접적 요인은 '중매쟁이'의 역할 때문이다. 제3자가 객관적 입장에서 서로가 궁금해 하는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선택의 오류를 최대한 줄이는 역할을 한다. 구직자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간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 '능력대로'에 대해서는 백퍼센트 동의한다. 대한민국이 이러한 기준·원칙을 지키지 못해 치르고 있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용 방식을 바꾼다고 모든 것이 달라지지 않는다. 더구나 우리 사회의 주요 요직에 대한 인사 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블라인드 채용은 '눈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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