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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야기]⑧스마트폰을 쓰는 당신께

  • 2017.09.18(월) 09:20

두뇌부터 센서까지 반도체가 담당
핵심부품은 수입…갈길 먼 비메모리

스마트폰은 반도체 덩어리나 다름없다. IT기기 분석업체인 테크인사이츠(Tech Insights)는 올해 4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의 부품원가를 310달러 안팎으로 추정했는데 디스플레이 다음으로 비싼 게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였다.

▲ 테크인사이츠가 공개한 삼성전자 갤럭시S8 부품원가.


AP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하나로 스마트폰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테크인사이츠는 갤럭시S8 원가의 20%를 AP가 차지한 것으로 추정했다.

AP의 뒤를 이은 게 D램이나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다. 원가의 10% 이상을 메모리가 차지했다. 결국 계산이나 명령(AP가 담당)을 하고 저장(메모리의 역할)하는 반도체에 원가의 3분의 1이 들어간 셈이다.

(참고로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출시한 갤럭시S8에는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 835'가 탑재됐다. LG전자의 V30에서도 두뇌역할을 하는 건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다. 퀄컴이 돈을 버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반도체라고 하면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처리하는 걸 전부로 아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사람처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피부로 느끼는 '오감(五感)'의 역할을 반도체가 한다.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아날로그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라고 한다.

 

 

사진 찍는 걸 예로 들어보자.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장치가 필요한데 이 때 작동하는 게 이미지 센서다. 이미지 센서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반도체다. 사람에게 눈, 코, 입, 귀가 있듯 스마트폰에선 각종 센서가 사물을 인지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삼성이 최근 출시한 갤럭시 노트8에는 센서 11개가 내장돼있다.

모든 센서를 반도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센서는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공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다. 이를 '멤스(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라고 한다. 눈으로도 보이지 않을 만큼 초소형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을 멤스라고 보면 된다.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센서는 대부분 멤스 기술이 적용돼있다.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스마트폰도 등장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센서의 기능을 조금더 자세히 알아보자. 스마트폰을 가로로 돌리면 화면도 가로로 바뀐다.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가로로 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까? 이 역할은 '가속도 센서(Accelerometer)'가 한다. 사물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센서인데 몇년 전부터는 미사일이나 항공기에 쓰이는 '자이로(Gyroscope) 센서'까지 탑재해 사용자의 작은 움직임을 더욱 세밀하게 파악한다.

 

스마트폰을 좌우로 돌리며 자동차 경주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가속도 센서와 자이로 센서 덕분이다. 지난해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포켓몬고'의 경우 몇몇 스마트폰에선 이용이 불가능했는데 이는 스마트폰 안에 자이로 센서가 없기 때문이다. 자이로 센서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2010년 아이폰4를 내놓으면서 혁신기술 중 하나로 소개했다. 뛰어난 경영자는 기술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기능 중 하나가 스마트폰을 보던 중 전화가 와서 귀에 갖다대면 화면이 스스로 꺼진다는 점이다. 이는 스마트폰 전면부에 있는 근접센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근접센서는 스마트폰에 얼굴이 가까이 있는지를 인식한다. 화면이 켜진 상태에서 통화를 하다 얼굴에 닿으면 불필요한 기능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장치로 보면 된다.

이밖에도 스마트폰에는 다양한 센서가 작동한다. 사람 눈의 홍채를 인식하고 지문을 읽어들이며, 심장박동수를 재는 것도 모두 센서가 하는 일이다. 갤럭시 노트8은 홈버튼을 없앴는데 이게 가능했던 것도 센서 덕분이다. 홈버튼이 있던 자리에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압력 센서가 심어져있다.

 

앞서 스마트폰에서 가장 비싼 부품으로 꼽힌 디스플레이도 반도체 없이는 생각하기 어렵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건 디스플레이에 수많은 센서가 있기에 가능하다. 사람 몸에는 미세한 정전기가 흐른다. 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스마트폰 유리 표면 아래에 조밀하게 센서를 심어놨다.

특히 최근에 나오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고 있다. 이 때의 발광다이오드(LED)가 전기 에너지를 빛의 에너지로 바꾸는 광(光)반도체 소자다. 전력소모가 적고 화질이 선명한 게 장점이다. OLED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라 기존의 LCD(액정표시장치)처럼 별도로 빛을 내는 장치(BLU·Back Light Unit)가 필요없다. 그만큼 스마트폰을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이 그 이름처럼 똑똑해진 것도 결국은 반도체의 진화와 맞물려있다. 아쉬운 건 스마트폰의 두뇌인 AP부터 감각을 담당하는 각종 센서까지 비메모리 반도체의 상당수가 외국기업들이 설계했거나 만든 제품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갤럭시S8에서 통신신호를 관리하는 RF(Radio Frequency)칩, 스마트폰 내 전원을 분배하고 증폭하는 반도체칩(PMIC·Power management IC), 각종 센서들은 퀄컴, 브로드컴, 스카이웍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의 제품을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수입을 많이한다. 한국이 원유(443억달러) 다음으로 많이 수입하는 품목이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은 366억달러에 달했다. 자동차 수입액(106억달러)의 3배가 넘는다.

국내 기업들이 비메모리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소품종 대량생산이 특징인 메모리 반도체는 원가절감, 곧 수율(제대로 된 제품의 비율)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상대방이 요구하는 사양을 충족해야 하는 비메모리 반체는 설계능력이 핵심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가야할 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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