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첫 방송을 시작한 T커머스가 올해 1조8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 T커머스 성장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T커머스를 '짝퉁 홈쇼핑'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나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 등이다. 학계와 업계 등을 중심으로 T커머스가 당면한 과제를 알아봤다.[편집자]
T커머스와 지상파DMB는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출범한 해가 2005년이다. 그해 3월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는 DMB 사업자 6곳과 T커머스 사업자 10곳의 사업을 승인했다. 사업자 숫자는 달랐지만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를 양분하는 방식은 같았다. DMB는 지상파 방송사 3곳과 비(非)지상파 3곳이, T커머스는 TV홈쇼핑 5곳(GS홈쇼핑·CJ오쇼핑·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NS홈쇼핑)과 비TV홈쇼핑 5곳(신세계TV쇼핑·KTH·미디어윌홀딩스·SK브로드밴드·태광산업)이 각각 선정됐다.
'출신 성분'에 따라 실적은 양극화됐다. DMB는 지상파 3곳 실적이 선방하고 있는 반면 비지상파 3곳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T커머스도 TV홈쇼핑 계열 5곳은 흑자를, 비TV홈쇼핑 5곳은 적자를 내며 실적이 엇갈리고 있다. T커머스 시장은 겉으로 보면 고속성장하는 블루오션(무경쟁시장)처럼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전형적인 레드오션(포화시장)인 것이다.
T커머스 출범부터 성장까지 지켜본 최성진 서울과기대 교수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 교수는 "T커머스를 선정할 때 홈쇼핑 5개와 비홈쇼핑 5개로 시작했는데 출범 구조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TV홈쇼핑 5곳은 2015년부터 T커머스를 시작했지만 기존 브랜드력과 제품 소싱력 등에 힘입어 빠르게 정착했다"며 "반면 비TV홈쇼핑 T커머스 업체들은 브랜드와 소싱 등에서 밀리고, 이윤이 나지 않으니 투자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TV홈쇼핑의 T커머스 겸영 문제도 건드리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이상직 변호사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TV홈쇼핑의 T커머스 겸영은 민감한 문제"라면서도 "조심스러운 주장이지만 TV홈쇼핑이 운영하는 T커머스 라이선스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T커머스가 TV홈쇼핑과 공정경쟁할 수 있도록 생방송 등 규제를 풀어주거나 반대로 T커머스가 TV홈쇼핑을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성진 교수는 "TV홈쇼핑은 T커머스가 아니더라도 모바일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T커머스와 같은 서비스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반면 비TV홈쇼핑 계열 T커머스는 앞으로 TV홈쇼핑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규제에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TV홈쇼핑의 겸영 문제를 손대는 것보다 T커머스의 생방송 금지, 화면 절반 데이터 구성, 8VSB 문제 등을 풀어주는 쪽이 낫다"고 설명했다.
T커머스가 TV홈쇼핑과 차별성을 두지 못하고, TV홈쇼핑 사업 방식을 따라가는 손쉬운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 교수는 "T커머스는 드라마나 영화, VOD 등에 상품을 연동시키는 연동형T커머스나 VR(가상현실)과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한 가상오픈마켓 등 기존 TV홈쇼핑이 시도하지 않던 것을 도입해야 한다"며 "투자 없이는 TV홈쇼핑보다 낮은 품질의 제품을 파는 '짝퉁 홈쇼핑' 이미지가 굳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