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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SOC]②건설사 '타는 목마름으로…'

  • 2017.09.21(목) 16:38

해외·토목 일감 줄며 '구조조정' 압력 커져
"교통여건·경기위축 감안하면 SOC 투자 필요"

새 정부가 내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대폭 감축하면서 건설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당장 일감이 줄어들 걱정이 커져서다. 정부는 이제 충분히 인프라가 깔린 만큼 예산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를 포함해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경제의 골격이자 혈관인 도로, 철도, 공항 등 SOC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SOC 투자의 현황과 이에 따른 영향, 각계의 목소리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건설업계는 수주 가뭄이 두렵다. 유가 하락과 경기 회복 지연으로 해외시장서도 수주 낭보가 뜸해졌다. 국내 주택시장도 규제 강화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수주는 곧 일감 확보다. 일감이 줄어들면 매출이 준다. 기업활동의 본질인 이익을 내기 어렵고,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확대'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정부가 내년 SOC 건설 예산을 대폭 줄여 잡고, 또 앞으로도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건설업계가 속을 태우고 있다. 우리 국토에 깔린 SOC 인프라가 아직 선진국 근처에도 닿지 못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정부 예산이나 민간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게 건설업계 목소리다. 개발시대 급하게 깔린 인프라가 빠르게 늙어가는 것에도 관심을 둬야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 "공사현장 줄어드니 일자리도 적어져"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는 최근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GS건설·현대산업개발 등 6개 상장 대형 건설사가 올 상반기 국내외에서 따낸 공사물량은 25조632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4% 감소했다.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 4위 대림산업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수주 감소폭이 51.7%, 53.9%나 됐다. 반타작도 못했다는 얘기다. 6개 건설사의 수주는 작년에도 재작년보다 평균 15.9% 감소했다. 그나마 국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아 주택사업 물량이 크게 늘어난 시기였음에도 이정도다.

 

해외건설 일감은 3년 전부터 말라붙어가고 있다. 2010년 71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2014년 660억달러를 기록한뒤, 재작년 461억달러, 작년 282억달러로 급감했다. 올해는 3분기가 끝나가는 현재(21일)까지 207억달러에 그친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종합건설업 등록업체 전체의 지난 7월 수주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33.6% 감소한 9조789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공공부문 공사 수주 감소폭이 42.1%로 컸다. 도로·교량, 철도·궤도, 상하수도, 토지조성 등 SOC 부문 공사 발주가 적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한 대형 건설사 인사 담당 임원은 "해외나 토목부문 인원을 주택으로 돌려 왔지만 이런 방식도 한계상태"라며 "일감이 없는 쪽은 인원 구조조정 압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토목 쪽은 지금까지도 인원을 지속적으로 감축해 왔지만 국내 SOC 사업이 더 줄면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사에서 SOC 사업을 담당하는 인프라·토목·Civil사업부 등의 소속 인원은 크게 줄었다. 일감 감소가 반영되면서다. 시평 3위인 대우건설의 경우 2013년말 토목사업본부 인원이 1238명이었지만, 올 6월말에는 693명으로 3년 반 사이 44% 감축됐다. 시평 2위 현대건설은 같은 기간 토목 인원이 1954명에서 1527명(인프라환경본부로 조직명 변경)으로 감소했다.
 
◇ 교통인프라 태부족.."SOC 외려 확대할 때"

 

 

SOC 공급을 줄이는 추세는 국가 인프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게 건설업계나 학계 일각에서 나오는 지적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기 도로·철도 연장'을 보면 우리나라 교통 여건은 주요 선진국의 해당 시점에 훨씬 못 미친다.

 

국토 면적 및 인구와 비교할 때 도로 밀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국토계수당 도로연장'은 한국이 1.48로 아일랜드(5.78), 일본(5.12), 프랑스(4.55), 미국(4.01) 등의 4분의 1 수준이었다. '국토계수당 철도연장'은 0.05로 독일(0.25), 프랑스(0.20), 미국(0.17), 영국 (0.14)의 3분의 1에 못미쳤다.

 

2012년 기준 통계에서 국토면적과 인구를 모두 고려한 국토계수당 도로보급률은 1.4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0위 수준이었다. 면적당 도로연장은 1.06(km/㎢), 인구당 도로연장은 2.11(km/천명), 차량당 도로연장은 5.60(km/천대)로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게 국토교통부 설명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를 두고 "SOC 투자의 양적 수준이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도로연장은 2000년 8만9000㎞에서 2016년 10만9000㎞로, 같은 기간 철도연장은 KTX, SRT(수서고속철) 도입 등을 통해 3123km에서 3874km로 늘었지만 "아직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이처럼 SOC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인 데다 수주난을 겪는 건설사들마저 경기 경착륙 우려에 처해있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SOC 투자에 대해 '축소'가 아닌 '확대' 쪽으로 방향을 잡을 때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주 실장은 "SOC 공급 확대를 국민 삶의 질 제고나 미래사회 대비를 위한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효율성을 더 높이고 국토균형발전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경기 안정화를 위한 일정수준 이상 SOC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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