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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스타트업과 101번국도 동행하는 SK맨

  • 2017.09.25(월) 09:40

SK '101 스타트업 코리아' 최용준 센터장 인터뷰
"101번 국도는 성공의 길..하지만 외롭고 힘든 길"
"투자유치 힘들어 하지만 결국 팀빌딩 가장 중요"

미국 101번 국도는 서부 해안에서 스타트업의 성지 실리콘밸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을 따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수많은 ICT(정보통신기술)기업들이 늘어서 있다. 2013년 SK플래닛은 이 길에서 착안해 국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101 스타트업 코리아'를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4년째 이끄는 최용준 SK플래닛 OI(open innovation)팀 센터장은 "101은 실리콘밸리로 가는 길 이름이면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의미한다"며 "대학교재 목차에 나오는 101과 같이 시작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프로듀스 101' 출신 아이돌 원오원 때문에 프로그램명을 따라지었냐고 묻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가 더 빨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101 스타트업 코리아' 사무실이 있는 서울대 SK상행혁신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 지난 20일 열린 '101 스타트업 코리아'에 사회를 맡은 최용준 센터장. [사진 = 안준형 기자]


- '101 스타트업 코리아'에 대해 설명해달라.


▲ 2010년 SK가 서울대에 상생혁신센터를 지었고, 디캠프·구글 등과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3년엔 독자브랜드 '101 스타트업 코리아'를 론칭했다. 지금은 국내에서 구글에 이어 가장 가고싶은 액셀러레이팅(초기 창업자 보육) 프로그램이 됐다. 최근 면접에서 한 지원자가 액셀러레이팅에서 지원받은 스타트업 생존율을 자체 조사했는데, '101 스타트업 코리아' 생존율이 가장 높았다고 했다.


-면접 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인가.


▲ 올해 6기 10팀을 뽑았는데 경쟁률이 120대 1 정도 됐다. 면접 기준은 서비스와 멤버다. 우선 서비스가 시장성이 있는지, 구현 가능한지를 본다. 멤버는 매칭이 잘돼있는지를 본다. 테크(기술) 중심인 팀인데 마케터만 모여있으면 안된다. 개발자와 기술자, 마케터 등이 잘 배분돼야 한다. 면접때는 왜 창업을 하는지 꼭 묻는다. 창업DNA가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좋은팀은 가급적 뽑지 않고, 잠재력을 많이 본다.


- 그동안 사업 성과는 어떤가.


▲ 56개 스타트업 중에 40개 팀이 414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중 화장품브랜드 '에이프릴스킨'과 숙박앱 '데일리호텔' 등은 매출과 투자유치가 엄청났다. 최근엔 50억원을 투자받은 인테리어 중개플랫폼 '집닥'이 가장 핫하다. 16팀은 투자를 못받았는데 팀빌딩(조직 구성)이 잘 안됐거나 좋은 서비스인데 너무 일찍 출시돼서 그런 것 같다. 이중 몇몇은 취업했다. 생각했던 것과 창업이 다를 수 있다.

 

▲ 서울대 상생혁신센터 1층에 위치한 '101 스타트업 코리아' 사무실 게시판에 투자유치 현황이 걸려있다. [사진 = 안준형 기자]


- 스타트업에서 가장 힘들다고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자금 투자유치가 당연히 힘들다. 하지만 잘만들어진 서비스는 결국 자금이 유치되더라. 가장 어려운 것은 팀빌딩이다. 사람을 못구해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걸 자주 봤다. 스타트업은 진짜 외롭고 힘든 길이다. 으쌰으쌰하면서 갈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C레밸(CEO, CFO 등 임원)은 열정페이로 일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최소한의 인건비만 받는다.


- 투자유치는 어떠한가.


▲ 초기 마중물 자본금이 있어야 힘을 받고 갈 수 있다. 몇달간은 초기 성과가 잘 안난다. 버티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체력’이 중요하다. 서비스 런칭 6개월 내에 성과가 나오면 안정적으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긴 호흡으로 갈 수 있다.


- 최근 집닥이 대규모 투자받으면서 관심을 많이 받고있다.


▲ 집닥은 교과서적으로 투자받았다. 초기 엔젤투자를 시작으로 팀빌딩, 마케팅, 최근 50억원 투자유치까지 2년안에 모두 이뤄졌다. 사업초기 인테리어로 스타트업을 하겠다는 업체들이 많았다. 결국은 집닥만 살아남았다. 생존비결이 여러가지 있겠지만 CEO 머릿속에 그려진 기획의도를 묵직하게 쭉 밀고나간 것이 주효했다. 창업하면 풀고자 하는 문제가 있고, 그 솔루션도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우왕좌왕한다. 피보팅(사업모델 전환)도 할 수 있지만 내가 하자고 하는 목표는 지켜야 한다.

 

▲ 최용준 센터장이 '101 스타트업 코리아' 출신 회사들이 출시한 앱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사진 = 안준형 기자]


- SK플래닛과 사업연계는 어떻게 진행하나.


▲ 회사내에 멘토단이 100여명이 있다. 회사에서 강제로 할당하지 않고, 스타트업과 커피 한잔하며 재능기부할 직원을 자발적으로 모집한다. 매번 멘토에 지원하는 직원이 많아 놀라고 있다. 큰 조직에 있다보니 다소 나른하고 침체될 수 있는데 멘토를 맡으면서 열정을 되찾는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지인들과 사업 얘기하면 좋다는 평가밖에 듣지 못하지만 대기업 멘토단은 서비스 구현 등을 두고 같이 고민하고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101 스타트업 코리아' 지원업체 중에 11번가나 시럽 등과 사업 연계한 곳도 많다.


- 국내 스타트업 관련해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 요즘 정부가 내놓은 좋은 스타트업 육성정책이 많다. 다만 최근에 스타트업 경쟁이 너무 심해졌다. 사업 아이템도 더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포화됐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군대다. 지금 가느냐 (사업이 성공할 때까지) 계속 미루느냐다. 대표가 사업을 벌이고 군대 가는 것은 리스크다. 투자자들도 군대 갔다 왔는지를 제일 먼저 묻는다.


-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 스타트업을 정말 존경한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해결할 문제를 스타트업은 혼자서 모든 것을 푼다. 외롭고 힘들고 주변에 잔소리꾼도 많다. 취업보다 더 외롭고 힘든 길이다. 하지만 우직하게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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