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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로열티, 가야할 길과 두려운 길

  • 2017.09.26(화) 17:30

가맹본부들 심포지엄서 심경 토로
"로열티 취지 공감하지만 부작용 고민"
정부정책, 당위와 현실 조절하며 가야

최근 세종대에서 열린 '한국프랜차이즈경영학회 심포지엄'의 화두는 '로열티'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프랜차이즈 수익구조를 '물류비'에서 '로열티'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섞인 목소리였다. '치즈통행세'와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물류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일반화되고 있는 로열티로 가는 취지엔 동감했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국내에서 로열티가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걱정했다.


수육국밥 프랜차이즈 '더진국'을 운영하는 손석우 ㈜섬김과나눔 대표는 국내 가맹점주들이 로열티 제도에 대해 얼마나 인색한지 설명했다.

 

"사업 초기부터 로열티를 도입했다. 처음에 로열티는 매출의 5%였는데 본사 수익이 어마어마했다. 가맹점주를 위해 3%로 줄였다. 그래도 로열티가 많이 걷혀 매출 6000만원 이상 매장에서만 로열티 3%를 받기로 했다. 그때부터 매장 매출이 5890만원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로열티를 내지 않기 위해 매출을 누락한 것이다."


지호한방삼계탕을 운영하는 이영채(세종대 박사) 지호 대표는 로열티 도입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며 미국 사례를 설명했다.

 

"1960년대 미국에서 160개 점포를 낸 프랜차이즈 '치킨딜라이트'가 필수물품을 강매하다 집단소송에 휘말렸다. 검찰까지 나서 프랜차이즈 구조조정에 나섰고, 대법원은 치킨딜라이트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 내렸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로열티 제도가 정립됐다."


로열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도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성훈 세종대 교수는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로열티를 받으면 국위선양, 해외기업이 국내서 로열티를 받으면 국부유출로 보고 있다"며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분간은 물류비 수익구조로 가야 한다"며 "문제는 합리적으로 물류비를 어떻게 책정할 것인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프랜차이즈에 로열티가 적용되는데 10~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로열티를 처방했지만 현장 분위기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손석우 대표는 "7년 전부터 로열티를 받아왔는데 본부와 점주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점주는 로열티를 내지 않으려고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본사가 로열티를 도입하지 않으려고 꾀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이날 심포지엄을 찾은 중소프랜차이즈 대표들은 끊임없이 손을 들어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답답함을 호소하는 대표도 있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1% 밖에 되지않는 대형회사를 겨냥한 규제에 오히려 99% 중소프랜차이즈들이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

 

일부 프랜차이즈 대표들이 변칙적으로 통행세를 받고, 개인적인 일탈에 성추행을 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절실함이 필요하다"고 절규하는 프랜차이즈 CEO들이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손석우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건전한 생각을 가진 젊은 CEO들이 많다"며 "열심히 뛰어왔는데 어느 순간 사기꾼이 돼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향후 로열티 정착 등 프랜차이즈산업 개선 과정에서 정부가 '가맹본부 갑-가맹점주 을'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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