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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중금리 하라면서요"

  • 2017.09.26(화) 18:03

국정감사 시즌 돌입
'인터넷뱅크 이자놀이' 국회 지적
케이뱅크 "중금리 대출 때문" 해명

"국회의원이 하는 말에 반박할 수는 없잖아요. 지적이 잘못된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고요. 괜히 반발했다가 일만 더 커지니 조용히 있는 게 나아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한 금융사 직원의 하소연입니다. 국감을 몇 번 치르다 보니 잘못된 지적이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낫다는 게 이 직원의 주장입니다. 매번 똑같은 지적만 나오는 데다가 국감이 지나면 또 금방 잊힌다는 게 이 직원이 터득한 '지혜(?)'라고 합니다.


추석 직후로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피감기관인 금융당국과 금융공기업, 또 금융사 직원들의 발길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가 있어서인지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실에서 벌써 '강공'을 예고하는 보도자료가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피감 기관으로 두고 있는 터라 이번 국감에서는 일단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협력업체 불공정 거래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최근 채용 비리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금융감독원 혁신 문제와 금호타이어 등 기업 구조조정 문제, 가계부채 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큰 이슈가 되고 있지는 않지만 남모르게 마음 졸이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입니다. 올해 출범한 이들에게 이번 국감은 '데뷔전'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금융사들은 매번 나오는 지적에 이제는 어느 정도 대응 '노하우'가 생겼는데 인터넷은행의 경우 혹여 영업에 타격이라도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입니다.

케이뱅크의 경우 최근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예대금리차가 전체 은행 중 가장 큰 수준이라고 합니다. 예대금리차란 예금과 대출 금리의 차이인데요. 케이뱅크가 예금금리는 적게 주고 대출금리는 많이 받는 '이자놀이'를 했다는 게 이 의원실의 지적입니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케이뱅크의 경우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아 대출금리가 낮은 '직장인k 신용대출' 상품을 중단했는데, 이 때문에 평균 대출금리가 일시적으로 높아졌다는 게 케이뱅크 측의 설명입니다. 또 '중금리 대출' 상품을 운영하다 보니 대출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케이뱅크 측의 입장입니다.

▲ 자료=이학영 의원실.

따지고 보면 케이뱅크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면서 강조한 기능도 서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중금리 대출이었는데요. 은행들은 고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으니 인터넷은행은 중신용자들에게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금리로 대출해주라는 게 바로 '중금리 대출'입니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고신용자 대출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결국 카카오뱅크는 대출금리가 낮은 고신용자들에게 대출해줬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대출금리를 케이뱅크보다 낮게 받았다며 칭찬을 받게 된 겁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인 것도 같습니다.

케이뱅크의 얘기를 듣고 보니 해당 의원실이 '중금리 대출'을 뺀 예대금리차 수치를 함께 내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사실 금융권에서는 인터넷은행이 출범하면서 너도나도 대출금리를 낮추니 너무 가격 경쟁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래서 가계 신용대출이 늘기도 했고요. 그런데 대출금리를 높게 받고 있다는 지적은 금융권의 요즘 분위기를 잘 모르고 있는 얘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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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국정감사는 국민이 몰랐던 사실을 밝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이 많은 제도입니다. 실제 국감에서 드러나 제도가 개선된 것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숙제'를 하듯 눈에 보이는 것을 무작정 지적만 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혹여 그 지적이 억지스럽다고 하더라도 입을 닫는 게 낫다는 게 피감 대상자들의 하소연입니다.

날카로운 지적이 아닌 트집 잡기식이나 아니면 말고 식 지적이 많아지면 피감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국회의 지적을 그러려니 하며 외면하는 분위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감이 권위가 있으려면 더욱 정밀한 '감사'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되새겨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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