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마트의 실험…냉장·냉동식품 진열공식 깬다

  • 2017.09.28(목) 10:29

과천점, 냉장·냉동식품 매대 진열 '카테고리'서 '브랜드'로
브랜드 충성도 실험…출점 제로시대, 수익성 강화 배경
"가격 등 비교 불편" vs "브랜드별 모아보기 쉬워" 엇갈려

▲ 과천점 냉장식품 매대. 진열방식이 기존 카테고리에서 브랜드로 바뀌었다. [사진 =안준형, 그래픽 =유상연 기자]

 

최근 이마트 과천점을 찾은 주부 이 모씨(34세)는 냉장식품 진열대 앞에서 당혹스러웠다. 간편가정식(HMR) 진열대의 제품 진열 방식이 종전과 달라서다. 얼마전까지 제품별로 진열됐던 것이 이제는 제조 업체별로 정리돼있었다. 이 씨는 브랜드별로 진열된 식품 코너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제품을 골랐다. 그는 "제품별 가격 비교가 되지 않아 조금 불편했지만 평소 즐겨 쓰던 브랜드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고 말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냉장·냉동식품 매대진열 방식을 '카테고리'에서 '브랜드'로 바꾸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햄과 어묵, HMR 등을 제품군별로 진열했던 매대를 CJ제일제당·오뚜기·동원F&B·대상 등 식품회사별로 바꿨다. 과천점을 시범점포로 삼아 지난 7월13일부터 두달째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 과천점 관계자는 "최근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냉장·냉동 코너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작은 동네마트들이 납품회사별로 매대를 진열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과천점을 시범점포로 선정해 효율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브랜드별 진열방식이 효율성이 높으면 다른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마트 매장구성과 진열방식은 소비자들의 오랜 습성이 만들어낸 일종의 '공식'과도 같다. 대형마트들이 매장입구에 과일과 채소를 진열해 구매의욕을 높이고 술은 매장 구석에 배치해 오고 가는 길에 추가구매를 유도하는 진열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쇼핑방식이 바뀌면서 이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마트 과천점의 실험도 그동안 대형마트 진열 법칙을 깬 파격적인 시도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이유중 하나는 카테고리별로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마트를 둘러보며 어떤 물건을 구입할지 정한 뒤 그 중에서 가격이 저렴하거나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고르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가격보다 품질이나 브랜드를 더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진열 방식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 매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마트가 진열 공식을 깬 사례는 또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스테이크 전용 존'을 도입했다. 정육 진열 방식을 '구이'에서 '스테이크'로 바꿨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조리법이 간단한 스테이크가 구이보다 인기를 끌어서다. 이마트는 작년 7월 실험적으로 일부 매장에 스테이크존을 도입했고 반응이 좋자 도입 매장을 100군데로 늘렸다.

이마트가 이같은 실험에 나선 것에는 정체된 국내 대형마트 상황도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대형마트는 '신규 점포 제로' 시대에 접어들었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는 온라인 사업과 해외사업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기존 점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마트 과천점의 실험이 전국매장으로 확대될지는 실험 결과에 달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진열 방식을 바꾼 뒤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적 외에도 카테고리별 진열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반발도 풀어야할 숙제다. 브랜드별로 나눠진 제품을 비교하기 위해선 소비지가 매장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실제로 과천지역 한 커뮤니티에서는 이마트 진열 방식 변화를 두고 소비자들간의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물건을 찾는데 시간이 곱절이 걸린다", "가격·용량·성분 비교가 어렵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브랜드별로 볼수 있어 더 좋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경쟁사인 롯데마트 관계자는 "간혹 냉장상품이 다양하거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을 때 한 회사를 '단독집기' 방식으로 매대를 구성하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고객은 햄 코너에 가는 것이 1단계 목적이고 그 다음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고르는 것이 쇼핑패턴이어서 회사별 매대 구성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대형마트 직원도 브랜드별이 아닌 카테고리별로 정해져 있어 회사별로 매대 구성을 하면 관리가 쉽지 않다"면서 "이마트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쇼핑방식을 실전에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