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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회계 실전노트]⑨모양 닮아도 같은 감자 아니다

  • 2017.09.28(목) 15:37

감자 목적 제각각
결손금 해소·주주가치제고 등 구별해야

 

3개 회사가 무상감자를 하기로 했다는 공시를 냈다. 삼화전자공업(2017년 9월), 영흥철강(2016년 6월), 두산건설(2016년 3월)이다. 제목은 '주요사항보고서(감자결정)'으로 똑같다.

 

그런데 감자목적은 다 다르다. 재무구조개선, 주주가치제고, 배당가능이익 확보 등으로 다양하다. 감자라고 해서 다 같은 감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감자는 말 그대로 자본금 감소다. 신주를 발행하면 자본금이 '발행주식수X액면가액' 만큼 증가한다고 했다.(⑦현물출자·출자전환 구별하자 참고)


마찬가지로 이미 발행한 주식을 소각하면 자본금은 '소각주식수X액면가액' 만큼 감소한다.(주식을 소각하여도 자본금 감소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설명한다)


회사는 주주로부터 주식을 제출받아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소각할 수 있다. 또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소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 감자하는 경우를 무상감자라고 한다. 주주 주식이건 회사 보유 자기주식이건 감자를 하려면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유상감자는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소각하는 경우다.


삼화전자공업은 왜 주주들을 대상으로 무상감자를 했을까. 우선 공시부터 보자.

 

감자주식종류와 수보통주식(주) 9,515,880
1주당 액면가액 (원)1,000
감자 전후 자본금감자전 (원) 14,273,820,000 / 감자후 (원) 4,757,940,000
감자비율보통주식 (%) 66.67
감자방법3 대 1 무상감자 (주식병합)
감자사유재무구조 개선

 

회사는 감자사유를 '재무구조개선'이라고 밝혔다. 삼화전자공업의 2017년 반기사업보고서 재무상태표에서 자본항목을 한번 보자. (자본항목 내의 계정과 숫자를 최대한 간단하게 재편집함. 괄호 수치는 마이너스라는 의미)

 

자본총계66억원

  자본금

142억원

  주식발행초과금

45억원

  이익잉여금(결손금)

(220억원)

  기타

99억원

 

회사 자본금이 142억원인데, 자본총계가  66억원 밖에 안된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영업활동으로 이익을 내고, 배당하지 않은 이익은 자본항목 내에서 이익잉여금으로 계속 누적되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이익잉여금은 커녕 결손금이 220여억원이나 누적되어 있다.


영업에서 손실을 많이 봐 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자본을 구성하는 계정들을 모두 더한 값, 즉 자본(자본총계 66억원)이 자본금(142억원)보다 더 적은 꼴이 됐다. '자본금>자본(총계)'인 비정상 상태를 자본잠식이라고 한다.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무상감자로 결손금을 해소하여 자본총계가 적어도 자본금보다는 큰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아무런 보상없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제출받기 때문에 회사는 ‘감자차익’이라는 일종의 자본잉여금을 얻게 된다. 물론 회계상의 수치다. 주주로부터 액면가 5000원짜리 10주를 받아 같은 액면가의 1주로 바꿔주면 10대1 감자(10대1 주식병합)가 된다.


이 때 회사에는 '액면가(5000원)X소각주식수(9주)=4500원' 만큼의 자본감소가 일어나고, 동시에 이 금액만큼의 감자차익을 얻는다. 즉 무상감자에서는 자본금이 감소하는 액수만큼 감자차익이 생긴다고 기억하자.


감자차익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것(이익잉여금)이 아니라 주주와 회사가 주식을 주고받는 과정(자본거래)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자본잉여금으로 분류한다. 자본잉여금은 결손금 해소에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30억원의 감자차익으로 50억원의 결손금을 뭉개면, 결손금 잔액은 20억원이 된다.


다시 삼화전자의 감자 공시로 돌아가 보면, 이 회사는 3대1의 감자로 자본금이 95억여원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감자 전 142억7382만원 감자 후 47억5794만원). 즉 95억여원만큼의 감자차익을 결손금 해소에 활용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회사 자본구조는 아래 표처럼 바뀔 것이다. 자본금이 줄고 그만큼의 감자차익이 생기니까 자본총계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 감자차익은 그만큼이 결손금 해소에 투입되면서 생을 마친다. 이 회사는 이제 자본금(47억원)보다 자본총계(66억)가 더 큰 구조로 바뀌었다. 자본잠식이 해소된 것이다.

 

자본총계66억
자본금47억
*142억-95=47억
주식발행초과금45억
이익잉여금(결손금)(125억)
*(220)+95=(125)
기타99억

 

감자 사유로 가장 많은 것이 이 같은 결손금 해소 목적이다.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 증권시장에서 관리종목에 편입되거나 상장폐지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를 선택한다.


무상감자 공시가 나오면 주가는 대개 고꾸라진다.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겠지만, 손실을 많이 본 주주들은 재무구조 개선 이후 회사 사업 정상화에 대한 희망, 주가 만회에 대한 기대 등으로 감자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 편에서는 재무구조개선 목적이 아닌 감자 공시들의 여러가지 실사례들을 분석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여 감자하는 경우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위한 사전조치로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단행하는 감자 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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