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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공략법]①韓 MCN, 中 최대쇼핑몰 뚫다

  • 2017.10.06(금) 10:17

HSMCN의 중국 진출 이야기
중국사업 노하우 살려 '사드위기' 돌파

 

최근 한·중 관계 악화로 MCN 비즈니스 상황도 소강상태다. 하지만 MCN 전략가들은 언제나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회가 찾아온다면 반드시 공략해야 할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MCN 시장의 성공 노하우를 살펴본다. [편집자]


중국 MCN-e커머스(멀티채널네트워크-전자상거래) 시장을 뚫고 있는 한국 MCN 업체 'HSMCN'. 중국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사실상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홈쇼핑으로 예를 들면 쇼호스트를 여럿 보유하고 상품 유통도 하고 있는 업체가 국내 최대 홈쇼핑 채널에서 생방송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그 채널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고 모바일(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게 특별한 점이다.

 

타오바오가 지난 2015년 11월 11일 개최한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액은 한화로 15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 바 있다. 왕홍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규모는 10조4000억원에 이르며, 작년 광군제 때 왕홍 '파피장'의 생방송에는 150만명의 시청자가 몰렸고, 이날 하루 매출만 1700억원이 넘었다.

물론 HSMCN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국 왕홍'을 활용해 중국에서 e커머스 사업을 직접할 수 있다는 의미는 작지 않다. 그동안 많은 국내 기업들은 대행사를 이용하는 등 돈을 내고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 정홍량 HSMCN 대표(왼쪽)

 

◇ HSMCN 창업 이야기


HSMCN는 정홍량 대표와 이지희 이사가 설립했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대만계 화교다. 중국에 있는 지인들이 MCN-e커머스 사업용 '꽌시'(關係)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고, 무엇보다 의사소통 문제도 없다.

이지희 이사의 이력도 평범하진 않다. 세계적인 호텔경영대학인 스위스 글리옹(Glion Institute of Higher Education)을 졸업했다. 그동안 무역, 여행업 분야 사업체 운영을 통해 중국 쪽 비즈니스 파트너를 다수 알고 지낸 것도 MCN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HSMCN 설립 이후 합류한 한 인사도 중앙대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터라 연예계 인맥이 상당해 각종 분야 크리에이터 섭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국내에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매우 작은 MCN 회사인데도 타오바오에 입점, e커머스와 MCN 사업 연계해 시작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 오랜 중국 사업 경험

 

특히 중국 관련 사업을 오래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이번에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파트너사인 상하이 MCN 업체 '핑크인터랙티브'와 베이징에 있는 저희 직원들이 꾸준히 타오바오와 접촉해 이번에 통과가 됐어요. 정홍량 대표와 저(이지희 이사)도 중국에 자주 갔죠. 꽌시를 통해 누구 하나가 힘을 써줬다기보다는 그동안 중국 사업에서 쌓은 노력이 닿았다고 생각해요."

중국 시장은 규모가 커서 매력적이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규제 환경도 복잡하니 외국 기업의 경우 다른 곳보다 먼저 시작하고 배우는 것이 성공에 접근하는 비결이라는 얘기다.

타오바오에 온라인 상점을 열고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을 하려면 조건이 꽤 까다롭다고 한다.

"방송을 하려면 '웨이타오'라는 타오바오 블로그의 팬이 4만명이 넘어야 하고, 3년 이상 타오바오샵을 운영하고 있어야 한다는군요. 그렇지 않고 MCN 업체가 타오바오와 협력하는 건 상품 유통기업 등에 일정 수수료를 받고 크리에이터를 공급하는 방식이고요."

이렇게 공을 들여서라도 참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서다.

 

MCN 업체가 크리에이터 공급 수준의 사업 협력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단순한 참여에 그치므로 수익이 적다. 반면, MCN 업체가 자체 제품 공급망을 갖추고 타오바오에 입점해 진정한 의미의 MCN 연계형 e커머스 사업을 하는 건 시작이 쉽지 않아도 사실상 거래의 주체가 되므로 수익이 확대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타오바오가 요구하는 조건이 맞더라도 한국인 크리에이터가 상품을 판매하려면 중국어도 매우 능통해야 한다. 당장 국내 홈쇼핑에 나오는 쇼호스트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말을 정말 잘하고 설득력까지 갖춰야 소비자가 호주머니를 연다.

그래서 중국 활동이 가능한 크리에이터 확보와 집중 양성도 요구된다.

HSMCN은 당초 달샤벳 가은, BTL의 오지민 등 아이돌과 아름(중국명 박니마), 예린 등 인기 BJ 출신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해 수익을 올려왔지만, 최근에는 아나운서, 리포터, 쇼호스트를 영입하는 등 e커머스 크리에이터를 대폭 보강하고 중국어 교육도 하고 있다.

"왕홍이 자신의 생방송 도중에 상품을 꺼내 보여주는 PPL 방식의 마케팅은 실제로 판매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고, 기업들도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더군요. 특히 전문적인 상품 판매 경험이 없는 예능형 크리에이터들은 쇼호스트와 같은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게 사실이고, 팬들도 PPL을 싫어합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 생방송은 콘셉츠 자체가 판매이므로 이런저런 부담이 없고, 즉시 판매로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뚜렷하죠."

다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노력이 추가돼야 지속적인 매출 상승이 가능하다. 24시간 고객 응대, 세심한 배송 서비스 등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타오바오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를 팬들이 믿고 사는 구조도 그렇게 완성된다.

 

 

◇ 중국 MCN 잠재력에 투자

 

HSMCN이 한동안 대(對) 중국 무역, 여행업 등을 하다가 중국에서 뜨고 있던 왕홍과 이를 활용한 e커머스 시장 잠재력을 알아보고 지난 2015년 MCN으로 업종을 전환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에서 BJ, 크리에이터는 한국과 같이 B급이 아닙니다. 왕홍이라고 불리고, 연예인에 가깝죠. 특히 왕홍의 생방송을 보는 사람의 숫자만 봐도 대중적인 인기가 있나 없나를 당장 수치로 확인할 수 있잖아요? 이를 통해 연예계 진출 가능성이나 광고 효과를 바로 체크할 수 있죠. 무엇보다 중국은 나라가 워낙 커서 지역별로 견실한 방송국이 있고 언어도 달라 온라인을 통해 전국적인 인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왕홍이기도 하더군요."

특히 중국 동영상 플랫폼은 PC보다는 모바일에 최적화돼 있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 배울 점도 많아 인기를 계속 끌 것으로 봤다.

"한국 동영상 플랫폼은 영상통화하면서 댓글만 올라가는 느낌이라면, 중국의 경우 사진 앱 '스노우'처럼 각종 효과들이 크리에이터의 얼굴에 적용돼 흥미롭더군요. 예를 들어 시청자가 이용할 수 있는 선물(별풍선)의 형태도 매우 다양한 데다 그것이 증강현실(AR) 형태로 크리에이터에 적용돼 돈이 오간다는 느낌보단 서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다만, 외국 사업자라서 한·중 관계와 같은 정치적 이슈는 여전히 리스크다.

실제로 크리에이터 아름의 경우 동영상 플랫폼 화이자오에서 방송한지 두달만에 팔로어 44만여 명을 확보하고 회사 매출액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었으나, 사드 여파로 일부 크리에이터의 드라마·CF 등으로의 진출이 중단되고 e커머스 사업도 차질을 빚은 바 있다.

그래서 일단 HSMCN은 중국에서 최대한 비즈니스 파트너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상하이에서 연간 매출액 800억원 규모의 의료 사업자 '북대병원관리투자사'를 만나 e커머스 영역 협업을 논의했다. 이 회사는 HSMCN으로부터 한국 제품를 받아 유통하거나 자체 e커머스 사업에 한국인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했다.
최근에는 투자 유치 활동과 함께 현지 업체와 10억원 규모의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

"저희는 아직 성공 단계는 아닙니다. 일단 중국 소비자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도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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