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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로 슬쩍 찔렀더니…노벨경제학상 받았네!

  • 2017.10.10(화) 10:58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리처드 세일러 교수 수상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의 권위자인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에게 돌아갔다. 세일러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넛지(nudge)`(2008년)의 공동 저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 9일 제49회 경제학상 수상자로 세일러 교수를 선정하며, “심리학적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 분석의 대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 공로”라고 이유를 밝혔다. 노벨위는 “제한적 합리성과 공정성 선호, 자제력 결여 등과 같은 인간의 특성이 시장뿐 아니라 개인의 의사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해냈다”고 평가했다.

 

 

#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이 만나는 지점을 파고드는 경제학이다. 행동경제학자는 합리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이 경제적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은 이론 중심인 주류 경제학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실증적 관찰에 무게를 둔다.

 

세일러 교수가 동료들과 진행한 `독재자 게임`이 대표적인데, 이 실험은 학생들에게 독재자가 돼 20달러를 마음대로 상대방과 나눠 가지라고 했을 때 한 푼도 안 나눠 주는 사람보다 상당한 수준의 돈을 나눠 주는 학생들이 더 많았음을 보여준다. 독재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상대방에게 그리 인식하게 굴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동경제학을 국내에 소개한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행동경제학 대신 행태경제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는 행태경제학의 연구 대상이 사람들의 행동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의 방식이기 때문에 행태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 세일러 교수는


1945년 뉴저지에서 태어난 세일러 교수는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나와 로체스터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코넬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됐고 1995년부터 시카고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7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빅 쇼트`(2015)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카지노의 블랙잭 테이블에서 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합성 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DO)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노벨상 수상자로 결정된 직후 인터뷰에서 "(노벨위원회가) 내 업적을 소개하면서 할리우드 배우로서 기량을 언급하지 않아 서운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세일러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행동경제학으로 해석했다. 비이성적인 인간의 과잉 확신 때문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회사 임직원이나 일반인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나는 괜찮을 것` `나만 재미를 보고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과잉 확신에서 금융위기가 비롯됐다고 이해했다.

 

노벨상 상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냐, 인간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비합리적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세일러 교수는 황금 메달과 상금 900만 크로나(약 12억6700만원)를 받는다. 노벨 경제학상은 다른 분야의 노벨상과 다르게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시작된 상이 아니라 1968년 스웨덴 국립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스웨덴 국립은행 경제학상`이다.

 



# 넛지는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다. 세일러 교수가 행동경제학 용어로 개념화한 넛지는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말한다. 인간은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정책 설계자가 슬쩍 개입하면 개인들이 똑똑한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경제적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암스테르담 공항이 남자 화장실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로 밖으로 새어나가는 소변량을 80%나 줄인 게 좋은 예다. 남자들이 무심코 파리를 발견하고 '정조준'하는 바람에 소변이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납세를 유도할 때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라고 했을 때보다는 `이미 미네소타 주민의 90% 이상이 납세 의무를 이행했습니다`라고 안내문을 보냈을 때 자진 납세 효과가 훨씬 컸다. `남들은 다 세금을 냈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자극해 납세자 집단 속에 묶이고 싶은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판단과 선택을 할 때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기 때문에 선택 설계에 약간의 변화만 줘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넛지 이론은 적은 비용으로 큰 정책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등 국가 지도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그의 책 '넛지'는 2009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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