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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행장 분리했지만, 회장과 관계 설정은?

  • 2017.10.11(수) 06:21

회장의 은행에 대한 권한·책임 조정 없어
'권력 견제' 행장 분리 취지 못 살릴 우려

KB금융지주가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을 분리하면서 권한과 책임 조정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 회장의 은행 경영 개입에 따른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고도 통제받지 않을 소지가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봤으나 자칫 '회장 권력 견제'라는 행장 분리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회장·행장 자리만 떼놔

KB금융은 지난 달 윤종규 회장의 연임을 확정한 이후 겸직하던 행장직을 분리하기로 했다. 2014년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회장과 행장간 갈등을 빚은 'KB 사태' 이후 3년 만이다. 겸직 구조 하에선 회장의 권력을 견제할 수 없다는 우려를 의식했다. 윤 회장이 'KB 사태'로 흔들리던 그룹을 안정시켰으니 다시 역할을 분담하고 지주 체제의 효율성을 높일 때라는 판단이다.

문제는 행장 분리가 단순히 자리를 떼놓는데 그친다는 점이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는 행장 후보를 누구로 할지에 대해서만 논의했으며 권한과 책임 조정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장이 실제로 은행 경영에 얼마나 개입하고 책임질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회장이 자회사에 대해 의사결정을 강행할 수 없으며 각종 위원회와 논의할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회장 개입에 따른 책임 불분명


모범규준은 회장의 의사결정 과정을 통제하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책임 규정은 개별 금융회사의 몫이다. 책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회장이 은행 경영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도 통제 받지 않게 된다. '회장 권력 견제'라는 행장 분리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우려다.

가뜩이나 KB금융은 분리 구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다른 대형금융그룹과 달리 3년 만에 재도입하는 상황이다. 분리 구조를 아직 정착시키지 않은 만큼 권력 통제장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물론 윤 회장은 'KB 사태' 수습을 맡아 권력 남용의 폐해를 잘 알며 스스로 주의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윤 회장이 자회사의 책임 경영을 늘 강조했기 때문에 행장을 부당하게 구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그룹 내 은행의 비중이 워낙 커 회장이 개인 의지와 별개로 은행 경영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 회장의 자회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지 않으면 부지불식간에 선을 넘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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