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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주택시장 본격 조정 시작된다"

  • 2017.10.24(화) 18:08

잇단 정부 대책에 '금리인상, 입주폭탄' 겹쳐
가계부채 죄면 수요 더 위축..매물 증가 관건
분양시장 지역따라, 건설업계 재력따라 '양극화'

문재인 정부 첫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왔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누그러뜨기 위해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대책으로는 6.19 대책(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 맞춤형 대응방안), 8.2 대책(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이후 세번째 종합 대응책이다.

 

이번 대책은 연말 146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를 낮추겠다는 정부 의도를 재확인한 것이자, "집으로 돈 벌 생각 못 하도록 하겠다"는 주택시장 안정관리 기조의 연장선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대책이 관망세가 짙은 현재 장세에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내년 초께엔 주택시장이 본격 조정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잇단 규제 강화가 연내, 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또 2~3년 전 사상 최대 규모 수준으로 몰려 공급된 신규분양 아파트의 '입주 홍수'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 24일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를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앞 왼쪽)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앞 오른쪽), 최종구 금융위원장(뒤 가운데) 등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 '대출·금리·세금' 3대 요인.."내년 1분기 현실화"

 

김규정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부동산연구위원은 "발표 내용이 그동안 정부가 언급해 온, 예측 가능한 수준이고 단계적 규제다 보니 단기적으로 주택시장에 큰 충격 주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 1분기에는 시장 조정 효과가 가시화되는 등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연말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이 커지고, 양도세 중과 등 8.2 대책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내년 초라는 데 주목했다. 입주물량이 본격적으로 많아지는 시장 공급과잉까지 겹치는 시기다. 올 12월~내년 1월 수도권에는 입주 아파트는 작년 같은 기간의 2.4배에 달한다.

 

그는 "올 4분기는 강남 재건축이나 일부 분양시장 등지 시장 과열 잔불이 차츰 정리되는 안정국면이 이어지겠지만 내년 1분기에는 수요 관망이 길어진 가운데 쌓인 매물의 가격이 떨어지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리인상 예고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후속 규제들을 앞둔 시점에서 시장을 견인했던 가수요가 대출 규제로 이탈하면 대출규제 시행 시점인 1월부터는 시장 관망세와 거래량 감소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경기 남부 등 수도권 외곽이나 부산, 경남, 경북 등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더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안정 신호를 내고 있는 만큼 시장은 일단 숨고르기 지속을 예상한다"며 "정책에 민감한 강남 재건축 등 투자상품 성격이 강한 부동산에 대한 매수세도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그는 이어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일부 다주택자들은 추후 발표될 '주거복지 로드맵'의 내용 수준에 따라 집을 내다팔지, 임대사업자 등록을 할지 등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분양 리스크 큰 사업, 위험 더 부각"

 

서울, 부산 등지서 여전히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는 분양시장도 더 강화된 중도금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아 지역별 차이가 더 심해지는 상황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함 센터장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중도금 보증비율이 80%로 축소되면 입지조건이 양호한 곳이나, 스스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형건설사 정도가 분양사업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수요자들의 청약도 이런 여건에 따라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되는 곳은 되고 안되는 곳은 이중고를 겪는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정 위원은 중도금 보증비율 축소에 대해 "리스크가 큰 사업의 리스크를 더 부각시킬 수 있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시중은행들은 확실히 회수가 가능한 안전한 사업에만 중도금 집단대출을 내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방 대형 민간사업 등 입주자를 모두 채우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집단대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분양 관련 홍보대행사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콘텐츠본부장은 "사업성이 약한 개발사업장이나 자금 조달력이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은 제2금융권으로 집단대출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아 건설사나 일반 계약자 이자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대규모 단지를 개발해 분양하거나, 수요자가 청약에 나설 때 모두 수중에 돈을 들고 나서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HUG 보증비율 축소는 중도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권에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금융기관이 집단대출에 신중해지면 중도금 대출에 의존해 쉽게 분양사업이 이뤄지던 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다주택자 '빚투자' 제동..그러나 실수요자도

 

조 교수는 이번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대해 "10년만의 방향 전환"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지난 10년간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수요자가 돈을 쉽게 빌릴 수 있도록 채무형, 부채형 주택 매수를 정부가 부추겼다"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주택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전반에 나타날 수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부가 강화된 총부채상환비율(신 DTI)을 내년부터 적용하고, 마이너스통장의 대출원금 상환 여력까지 감안해야 하는 총체적 상환능력 비율(DSR)도 점진적으로 도입키로 한 것에 대해 "싼 이자를 이용해서 돈을 빌려 이른바 '갭투자'를 하는 등의 가수요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자금력이 풍부한 자산가 투자층은 대출규제의 영향권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위원은 "이번 대책은 새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 대책이자 로드맵으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는 과도한 자금을 조절하려는 것"이라며 "실수요자들은 전반적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부동산 매입 때 자기자본 비중을 종전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규 분양도 HUG의 중도금 대출한도및 보증비율이 낮아지는 만큼 당첨보다 자금계획의 중요성이 부각됐다"며 "대출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대출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위원은 "수요를 자극할 우려에선지 전반적으로 금융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내 집 마련을 해야하는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책은 거의 보이지 않은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정부도 금리 인상 등을 앞두고 현재 수준의 안정상태를 끌고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센터장은 "전반적으로는 시장의 실수요 재편, 과열된 시장의 진정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소득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고령층, 또 상환능력이나 종자돈이 부족한 청년층은 여신규제로 대출을 통한 주택구입에 더욱 애로를 겪을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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