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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차명재산 과세' 말 바꾼 금융위

  • 2017.10.30(월) 16:31

국감서 논란되자 "관련법 유권해석 정비"
'차등 중과세' 결론 나면 1000억원 납부해야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재산 4조 4000억원에 대해 차등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버텼던 금융위원회가 입장을 바꿨다. 관련 법의 유권해석을 달리해 해당 재산에 차등 과세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 이에 따라 이 회장은 추가로 1000억원가량의 세금을 더 낼 가능성이 커졌다.

◇ 금융위 "특혜 없었다" → "재점검·전수조사할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 수사 결과 등으로 차명계좌임이 확인되면 금융실명제법 5조에서 말하는 '비실명재산'으로 보고 이자 및 배당소득에 원천징수세율 90%를 적용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박 의원은 이번 국감을 통해 이건희 회장이 차명재산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이 회장이 1000여 개의 임직원 명의 차명 계좌에 4조 5000억원가량을 숨겨둔 것이 확인됐는데, 당시 삼성은 실명 전환과 함께 세금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 중 4조 4000억원을 실명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좌 해지 등을 통해 세금 없이 돈만 찾아갔다.

이 회장이 세금을 내지 않고 돈을 찾아갈 수 있었던 것은 금융실명제법에 대한 유권해석 때문이라는 게 박 의원의 지적이다. 금융실명제법 5조는 실명이 아닌 비실명재산에 대해 계좌 개설일 이후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차명계좌라고 하더라도 허명이나 무명이 아닌 '실명' 계좌이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려왔던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명의인의 실명으로 (계좌 개설을) 했다면 실명 거래로 본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라며 "(삼성에) 특혜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 그래픽 : 유상연 기자/prtsy201@

그러나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는 유권해석을 정비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검찰 수사나 국세청 조사, 금감원 검사 등을 통해 실소유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차명계좌라는 게 확인되면 '비실명재산'이라고 보고 90%의 소득세를 징수하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이건희 차명계좌의 인출·해지·전환 등의 내역을 재점검하고 계좌가 개설됐던 금융회사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 차등과세 시 1000억원 추가 납부…국세청 "적법하게 처리"

박 의원은 최 위원장의 이런 언급에 대해 "금융실명법이 24년 만에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역사적인 날"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의 '말 바꾸기'를 꼬집기도 했다. 박 의원은 "금융위의 태도 변화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인 '적폐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방향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금융적폐청산1호'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중계 화면)

반면 금융위는 기존의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위는 이날 국감 도중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은 금융실명법 제5조와 관련해 사후에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확인된 차명계좌는 차등 과세 대상이라는 원칙을 유지해왔다"며 "최 위원장의 답변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차등과세 대상 차명계좌를 보다 명확하게 유권해석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 역시 "금융위가 삼성 앞에만 서면 달라지냐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금융위는 삼성과 관련해 특정인을 위해 사전 안내하거나 조력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으로 이건희 회장은 차명재산의 이자·배당 소득에 대해 90%의 세금을 낼 상황에 부닥쳤다. 국세청과 금융위 등이 차등 과세 대상으로 결론 내면 1000억원 가량을 납부할 전망이다. 한승희 국세청장도 이날 "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연구·검토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서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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