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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 CEO 한목소리 "내년 경기 어렵다"

  • 2017.11.01(수) 11:21

그룹 물량 넉넉한 삼성물산만 "수주 10% 늘릴 것"
2천억 사회공헌기금 미집행엔 '최순실탓, 협회탓'

국내 5대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년 건설경기가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저유가 지속으로 중동 등 해외에서 발주물량이 늘지 않고 국내 주택사업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국정감사 자리서 나온 목소리다.

 

국감장에 건설 CEO들이 모인 이유는 2년전 박근혜 정부 때 행정제재를 면해주는 대신 건설사회공헌재단에 총 2000억을 출연하기로 하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CEO들은 이와 관련해서도 집중적인 질타를 받은 뒤, 다시 출연 이행을 약속했다.

 

◇ "안팎으로 어렵다..SOC라도 늘려달라"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경기 용인시갑)은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SK건설 대표이사들에게 "내년 국내외 건설 수주가 전년대비 얼마나 증가할지, 신규 채용과 비전 등은 어떤지 말해달라"고 질의했다.

 

차례로 답한 건설사 사장들 가운데 강영국 대림산업 사장은 "과거 국내 건설업계 해외수주는 연간 총 700억달러까지 늘었지만 올해는 유가하락으로 250억달러까지 줄어든 상황"이라며 "대림은 해외수주 비중이 높은데 건설사 근무 30년 동안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강 사장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인프라 투자, 주택시장 모두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이고 내년 상황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 채용은 40~50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도 "해외사업은 유가 하락으로 내년에 더 위축될 것"이라며 "인프라 부문에서도 경쟁 심화가 예상되고 국내에서도 주택물량이 어느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외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여기 있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께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배정시에 더 배려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내년 채용 규모는 예년 수준인 100여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올해 수주는 작년과 비슷하지만 내년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채용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도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수주고를 올렸지만 내년 수주는 불확실하다"며 "채용은 내년 1월초 40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삼성물산은 건설사 중 유일하게 내년 수주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올해 수주는 작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내년엔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내년 채용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신규수주 목표가 10조5000억원인데 올 3분기까지 7조1820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삼성물산은 국내 토목 등 공공사업 입찰에 2013년부터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주택사업 수주도 소극적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계열사 설비투자 물량을 소화하면서 내년 수주물량 확대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재단 출연·사용계획 없었다"..군색한 핑계

 

▲ 지난 2014년 7월 공정경쟁과 준법경영 실천을 다짐하며 고개 숙인 대형건설사 대표들. 사진 왼쪽부터 ㈜한양 윤영구 사장, 계룡건설산업 이시구 회장, 한진중공업 이만영 사장, 동부건설 이순병 부회장, 한국건설경영협회 허명수 회장(GS건설 부회장), 한국건설경영협회 김세현 상근부회장,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 대우건설 박영식 사장, 대림산업 김동수 사장, 두산건설 오병삼 부사장, 코오롱글로벌 윤창운 사장, 경남기업 장해남 사장(사진: 한국건설경영협회)

 

이날 국감장에서는 이들 건설사가 2015년 광복절 특별사면 형태로 입찰 제한 등 행정제재를 피하면서 2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 출연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건설사들은 '이사회 결의를 받아야 해서, 업계가 어려워져서, 재단의 사업 계획이 불투명해서' 등의 핑계를 댔지만 이내 이행을 다시 약속했다. 현재까지 조성된 기금은 47억여원에 그친 상태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건설사회공헌재단 출연을 못한 이유를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돌렸다. 그는 "다른 재단에 기금을 납부하면서 문제가 생긴 점이 때문에 (건설사회공헌재단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조심스럽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며 "10억원 이상 기부할 때는 이사회의 결의를 받도록 올 초 규정을 만든 만큼 기부 여부를 이사회에 상정해 정하겠다"고 답했다.

 

강영국 대림산업 사장도 "이사회 규정에 5억원 이상은 기부는 정기 이사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며 "건설업계도 어렵고 주주가치도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은 "회사에 재무적 어려움도 있었던 데다 업계 모두 참여하는 구체적 이행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회사 단독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해명한 뒤 "업계 모두 참여하는 이행계획이 마련되면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의 경우 "대한건설협회에서 재단 출연금 사용 계획 등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아 출연이 미진했다"며 협회 쪽으로 책임을 돌렸다.

 

이같은 설명에 대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갑)이 "시간이 흘러도 약속을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해도 되겠느냐"고 추궁하자 이들은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부산 부산진을)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대표가 혼자 약속할 일은 아니니 이사회에 안건으로 올려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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