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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수저' 웃고 '취준생' 우는 개선안

  • 2017.11.01(수) 13:55

우리은행이 신입사원 채용 특혜 의혹을 받자 채용제도 개선방안을 내놨습니다. 청탁을 받은 인사 담당자에게 징계를 내리고 채용 아웃소싱과 필기시험 도입으로 공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아직 쇄신안을 확정한 건 아니지만 인사 담당자에 대한 처벌이 약한데다 청탁으로 입사한 직원에 대한 조치를 담지 않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채용제도 변경으로 취업준비생의 혼란만 커졌는데요. 제대로 된 '필벌(必罰)' 없이 애꿎은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2016 일반채용 특별검사 진행상황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국정감사 때 심 의원의 채용 특혜 지적을 받은 후 자체 감사를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 중인데요. 심 의원에게 알린 개선방안의 '큰 틀'만 보면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우선 채용 특혜 의혹에 연루된 임·직원을 직위 해제하고 추가 발견시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까진 초안 단계지만 징계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고 수위도 낮습니다. 직위 해제는 일정 기간 동안 업무에서 배제되지만 다시 복귀할 수 있는 경징계에 불과합니다. 
검찰 수사 결과 특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징계 수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관기관과 전·현직 임원, VIP의 자녀 등 특혜를 받아 입사한 직원에 대한 처벌도 빠졌습니다. 청탁 사실이 드러나고도 멀쩡히 회사를 다닐 수 있다면 채용 비리를 끊기 어렵겠지요. '금수저' 지원자에게 밀려 탈락한 지원자에 대한 보상방안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우리은행은 신입사원 채용의 전 과정을 외부업체에 맡긴다는 방침도 내놨습니다. 은행 인사 담당자에게 줄을 대는 일을 근절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신입사원 채용을 외주를 주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능성만 보고 평가해야 해 임·직원의 통찰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지요. 임·직원의 목소리가 약해지면 회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춘 지원자를 알아보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금융상식과 논술시험 등 필기시험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필기시험은 응시 직후 전산화되는 만큼 점수를 조작할 가능성이 적어서인데요. 이 방법 역시 취업준비생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인·적성검사 등 다양한 필기시험을 치르는데다 실무 위주로 개편되는 채용 흐름에도 맞지 않습니다. 자칫 현장에 강한 지원자를 판별하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잘못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으면 애꿎은 사람이 부담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반적으로 채용 비리를 저지른 임·직원, 고위관계자의 자녀 등은 건들지 못한 채 취업준비생의 부담만 키워 아쉬움을 남깁니다. 청탁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을 엄단하기만 해도 취업준비생까지 고생시킬 필요 없을 텐데 말이지요. 우리은행의 채용제도 개선방안이 좀 더 실질적인 내용을 담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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