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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임추위 구성부터 험난 '주주권 vs 관치'

  • 2017.11.06(월) 15:11

최대주주 예보 '최소 역할'→행장선임 관여
과점주주 지배체제 취지·자율경영 훼손 우려

"일상적인 경영참여는 아니고 (예보 잔여)지분에 대한 가치, 그것도 상당히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 필요 최소한의 역할에 참여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

지난해 12월1일.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이후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18.52%)인 예보의 역할에 대한 잇단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우리은행의 새로운 과점주주 지배구조체제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우리은행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구성부터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 사진/이명근 기자



◇ '채용비리' 계기로 임추위 예보측 이사 참여?

우리은행은 전일(5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향후 행장 선임을 위한 주총일정 확정에 앞서 주주명부폐쇄 안건을 의결하고, 손태승 선임 부문장에게 은행장 일상업무를 위양했다.

애초 임추위를 구성해 차기 행장 선임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임추위 구성은 안건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보측 비상임이사의 임추위 참여 여부 등에 대한 추가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는 현재 5개 과점주주가 추천한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1월 민영화 이후 첫 행장을 선임할 당시엔 이들로만 구성된 임추위에서 이광구 행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과점주주 지배구조 취지를 살리고 정부 개입 없는 자율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부의 결정이었다.

하지만 임추위 구성을 놓고 정부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존의 입장을 바꿔 예보측 비상임이사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채용비리 건이 불거지면서 상업·한일은행간 계파 갈등도 수면위로 떠올랐다. 행장의 사의표명으로 경영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 등이 빌미로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 자칫 과점주주 민영화 취지 훼손‥지배구조 시험대

예보가 여전히 단일 최대주주란 점에서 주주권 행사로 봐야 한다는 시각과 함께 자칫 관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정부은행으로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빈번했다. 과점주주 민영화 이후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율 경영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수차례 언급했다. 이같은 점을 대내외에 강조함으로써 향후 예보 잔여지분 매각에서도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려는 포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정권이 바뀌면서 애초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같은 정부의 태도변화는 정부의 정책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자칫 낙하산 인사 혹은 관치의 신호탄으로 읽힐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의 현 상황이 예보가 가진 지분 가치를 훼손할 정도의 위중한 상황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모호하다.

 

무엇보다 과점주주 지배구조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7개 과점주주 중에서 사외이사를 추천한 IMM PE(6%), 동양생명(4%), 한국투자증권(4%), 한화생명(4%), 키움증권(4%) 등 5곳을 중심으로 과점주주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과점주주 사외이사로선 반갑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이들 사외이사들은 예보 측 이사의 임추위 참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한 사외이사는 "예보 쪽 얘기도 들어봐야 하고, 과점주주 얘기도 들어보고 나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일각에선 정부 측에서 낙하산 등 어떤 목적을 가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예보 측 이사가 임추위에 포함되더라도 '한표'에 불과하다며 일각에선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결국 과점주주 사외이사들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시각이다.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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