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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삼성의 백조로 거듭날까

  • 2017.11.06(월) 15:45

매각이슈 딛고 실적 개선에 주가도 회복
여전히 높은 삼성 의존도 낮추기가 과제

국내 대표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이 백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삼성그룹의 울타리 안에서 온실 속 화초로 자라면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던 제일기획이 매각 위기를 넘긴 후 조금씩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그룹이 매각을 결정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실적 개선과 함께 주가도 회복세를 타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다.  


◇ 매각 대신 몸집 키우기

삼성그룹은 지난해 전격적으로 그룹 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매각을 결정했다. 그룹 구조 개편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달랐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를 커버하기엔 역량이 모자란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 삼성전자가 해외 홍보를 하려면 채널 브로커 역할을 하는 현지 광고회사를 통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제일기획의 역할이 적어질 수 있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룹 물량만 믿고 안주한다면 향후 실적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매각 사실이 너무 일찍 알려졌다. 삼성은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제일기획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 매각설 이후 주가가 하락하자 퍼블리시스가 매매가를 더 낮추길 원했고 결국 협상은 깨졌다.

삼성은 매각이 무산된 뒤 외형 성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값에 팔 수 없다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산이었다. 일부에선 덩치를 키워 값을 올려 팔겠다는 의도라는 분석과 함께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총수 부재로 당분간 매각은 어려워졌다. 

◇ 그래도 '삼성 효과'

이후 제일기획은 해외시장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과 인도, 동남아, 중남미, 유럽 등 해외 광고시장을 공략해 독자 생존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영국의 B2B 마케팅 전문회사인 파운디드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 M&A 가능성을 내비치며 글로벌 역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매출이 절대적이다. 제일기획은 지난 3일 기준으로 삼성전자(25.24%)와 삼성카드(3.04%), 삼성생명(0.10%) 등 삼성 계열사가 전체 지분의 28.38%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제일기획을 밀어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제일기획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제일기획의 올해 3분기 영업총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9% 늘어난 2478억원, 영업이익은 22% 늘어난 351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대행 물량이 20%나 늘면서 실적 증가에 한몫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신사업 추진과 해외 진출 확대에 따라 앞으로 2년간 삼성전자 대행 물량도 연간 7% 수준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추정했다. 

◇ 먹구름은 걷혔다

주가도 회복되고 있다. 지난해 2월1일 2만2800원이던 주가는 매각설과 함께 1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퍼블리시스와 매각 협상이 깨지면서 1만 8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끊임없는 매각설로 힘을 쓰지 못했다.

올해는 2분기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주가가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 당분간 매각이 어려워진 만큼 그룹 차원의 물량 몰아주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추가적인 성장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 실적과 주가 모두 긍정적이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양호한 업황이 제일기획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양호한 이익 성장에 따라 주당배당금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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