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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롯데마트 매각철회?…뒤집어 보니

  • 2017.11.06(월) 17:34

한·중 화해무드 불구 롯데마트 매각 계속 진행
"영업재개해도 손실 불가피, 오히려 매각가격 높일 기회"
"차이나 리스크 줄이고 새 시장 개척에 투자"


올해초부터 중국에서 불어왔던 삭풍(朔風)이 훈풍(薰風)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쪽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동안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신음하던 국내 업체들은 기대가 남다릅니다.

가장 기뻐할 곳은 롯데입니다.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중국으로부터 뭇매를 맞아왔으니까요. 롯데마트는 물론 면세점, 백화점 등 롯데의 중국 관련 사업은 여러가지로 어려웠습니다. 롯데 내부에서도 '창사이래 가장 어려운 시간'이라고 할만큼 지난 1년여 시간은 롯데에게 고통이었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중국발(發) 훈풍이 롯데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반가울 겁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가 중국 마트사업 철수 선언을 철회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옵니다. 가장 힘들게 했던 요소가 제거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 철수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매각건은 이미 진전돼온 사항으로 변동없이 추진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얼핏 들으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중국 관련 사업을 어렵게 했던 최대 악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도 롯데마트 철수를 진행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왜일까요?

롯데그룹은 지금 상황에서 롯데마트 중국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철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입니다. 그동안 롯데마트의 중국 손실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한국 롯데마트에서는 소폭의 이익이 나고 있지만 중국에서 이를 까먹는 바람에 롯데마트의 실적은 매년 적자였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롯데마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은 그동안 투자했던 비용이나 중국시장의 잠재력, 유통망 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드 후폭풍으로 중국 롯데마트 유통망 등이 모두 무용지물이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설사 매각을 철회하고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현상태로 복구하는 데에는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를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겁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껏 물건을 공급했던 현지 대리상들이 다시 지금처럼 물건을 공급해줄 것인지도 장담할 수 없다"며 "유통망을 다시 복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돼야하는 만큼 철수가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본전 생각때문에 더 이상 중국에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드보복 문제가 해소되면 롯데마트 매각에 호재가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롯데마트 인수에 관심이 있는 중국 로컬 업체들이 더 이상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롯데마트 중국 매장중에는 롯데가 직접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곳들도 있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베이징 매장들이 대표적입니다.

눈을 돌려보면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힘들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간의 싸움이었습니다.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을 비판한 핵심적인 이유가 롯데의 중국사업이었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의 중국사업 적자를 예로 들며 집요하게 신동빈 회장을 공격해왔습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으로서는 신동주 회장의 이런 공격에 이렇다할 반격을 할 수 없었습니다. 롯데의 중국사업이 수년간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격을 받으면서도 롯데마트 철수를 결정하기 어려웠는데, 이번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철수'에 힘이 실린겁니다. 

롯데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중국사업 철수는 오래 전부터 내부에서 조금씩 추진되고 있던 사안이었다"며 "다만 시기와 방법, 명분 등을 고려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또 "롯데마트의 영업정지 장기화는 표면적으로는 롯데에게 악재였지만 좀 더 들어가보면 롯데가 중국사업을 접을 수 있는 빌미와 명분을 줬다"면서 "롯데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롯데그룹은 숙원사업이었던 지주사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아울러 신동주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기를 잡으면서 신동빈 회장 체제가 공고해졌습니다. 그동안 계륵이었던 중국사업을 정리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새롭게 영역을 구축한다는 전략도 착착 진행중입니다.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또 다른 큰 그림이 가시화되고 있는 셈입니다.

롯데그룹은 올해안에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시기보다 가격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꼭 연내가 아니더라도 제 값을 받고 팔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중국 롯데마트의 가격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예상입니다.

한편 롯데의 향후 중국사업과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가 좋아진다 해도 롯데가 중국사업을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차이나 리스크'를 경험한 만큼 섣불리 중국사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금껏 그만큼 당했으면 됐지 더는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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