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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샘사태, 일탈 그리고 기업리스크

  • 2017.11.07(화) 14:01

기업과 산업을 담당하는 기자로서 한샘 직원들의 성폭력 논란을 보며 '기업 리스크'를 생각해보게 된다.

 

과거에는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되기도 하던 이슈들이 이제는 온전히 기업 리스크가 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일탈'이 기업문제로 확산된 사례는 많다. 남양유업, 대한항공, 대림산업, 미스터피자, 호식이두마리치킨 등이 대표적이다.

 

사안에 따라 당사자들도 할말은 있겠지만, 이슈가 불거지면 개인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고, 소비자들의 기세에 놀란 제휴기업들도 거래를 꺼린다. 한샘사태 후 홈쇼핑이나 전자상거래업체들은 한샘제품에 대한 방송이나 제품판매 잠정중단을 검토했다.

 

제도적인 규제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호식이두마리치킨의 경우 프랜차이즈 오너나 프랜차이즈가맹본부의 잘못된 행위로 가맹점에 손실이 발생하면 프랜차이즈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일명 '호식이 배상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인 분위기로 '개인 일탈'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사건발생 후 조사, 조직내 처리, 외부 사과 및 재발방지 조치 등이 과거에 비해 빨라졌다. 미적거리면 더 큰 화를 불러온다는 경험칙이다. 기업들은 사전 예방활동, 조직에 해를 끼치는 개인 일탈에 대한 처벌, 상황발생 후 대처시스템 등을 정비해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왕에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면, 기업들은 좀 더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올해 연중기획으로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재점검했다. 다양한 기획기사와 전문가 인터뷰, 포럼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두가지가 공유됐다.

 

하나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은 돈을 많이 벌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 인권, 환경 등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경영활동 전반에 투영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기업이 사회의 주요한 일원으로서 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에게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은 당장 피부에 다가오지 않는 막연한 주제라는 점이다. 기업의 담당자들은 '사회공헌 수준을 넘는 사회적책임 활동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노동, 환경, 인권, 지배구조 투명성 등 사회적책임 활동의 주요한 주제들은 개별로도 벅찬 주제들이다.

 

▲ 옥시 가습기살균제사태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을 유인하기 위한 외부적인 장치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게 '사회적책임투자'다. 공적연기금을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을 주요한 투자 잣대로 삼아 기업들의 활동을 강제하자는 것이다.

 

최근 국내 대표적인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내에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사회책임투자의 관점에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을 평가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는다. 환경, 노동, 인권, 지배구조 영역에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투자를 제한하거나 투자를 철회하도록 하는 한편 모범적인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제도도입을 촉구해온 이종오 사회적책임투자포럼 국장은 "그동안 국민연금이 불법과 편법, 사망자를 포함해 수천명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기업까지 투자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 활동의 필요성에 대한 기업들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막연하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책임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질 것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일탈'에 대한 빠른 대응이 단기적인 처방이라면, 기업의 사회적책임활동은 중장기적이지만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수도 있는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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