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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혼 세금소송의 달라진 트렌드

  • 2017.11.08(수) 08:00

[Tax &]이동건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조세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두 가지 기본원칙이 있다.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원칙이다. 조세법률주의는 “조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에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정해 놓아야한다”는 원칙이다. 실질과세원칙은 조세평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거래의 형식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공개된 대법원 판례 중에 조세법률주의에 의미 있는 판결이 두 개 있었다. 
  
대법원 2016두35083 판결(2017.9.7. 선고)에서 대법원은 소득세법상 1세대1주택 비과세를 판단할 때 거주자와 함께 1세대를 구성하는 배우자는 법률상의 배우자를 의미한다고 하여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협의이혼 했더라도 그 이혼이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판례에서 원고는 총 9채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가 협의이혼 시 8채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 해 준 후 본인은 남은 한 채를 양도하고 1세대1주택으로 양도세 비과세를 주장한 사건이다. 

협의이혼 후 원고는 전처와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으므로 과세관청은 실질상 이혼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1세대1주택 비과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협의이혼은 당사자 간 이혼의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이혼 후 실제 혼인관계를 유지했더라도 이혼 자체는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6두58901 판결(2017.9.12. 선고)에서 대법원은 전처 자식들과의 상속분쟁을 피하기 위해 남편이 죽기 6개월 전에 협의이혼하고 재산분할을 받아 세금을 내지 않는 사건에 대해 납세자의 손을 들어 주었다. 

원고는 협의이혼 후에도 남편의 병간호를 하면서 남편이 사망할 때까지 동거를 지속했고, 과세관청은 상속·증여세를 회피하기 위한 가장이혼으로 보아 과세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혼 의사가 있었던 것이고, 이혼 후에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고 해서 가장이혼으로 인정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2년 1월 19일 선고된 과점주주 간주취득세 사건(대법원 2008두8499 판결) 이후 최근 몇 년간 주로 실질과세원칙에 좀 더 치우친 감이 있었다. 이 판결은 간주취득세를 회피하기 위해 국내에 지분율 각각 50%인 2개의 자회사를 통해 취득세를 부담하지 않고 부동산 보유 회사를 인수해 왔던 종전의 관행을 일거에 깨뜨리고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외국법인이 부동산 보유 회사를 직접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했던 판결이다. 

반면 최근의 두 가지 판결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른 과세에 한계를 지우는 판결이라는 점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른 판결이기 때문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2011년 11월 8일 선고된 엔화스왑사건(대법원 2010두3981 판결)에서 대법원은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했었다. 당시 모은행은 엔화의 낮은 이자율(0.05%)과 만기 시 엔화의 선물환차익(3.95%)을 합쳐 4%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원천징수는 이자에 대해서만 했다. 과세관청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환위험 회피를 가장한 실질적인 이자소득으로 보아 확정수익 4% 전체에 대해 과세했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납세자가 선택한 행위를 형식에 불구하고 조세회피행위로 보아 그 효력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 조세법률주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판결 이후 정부는 소득세법을 개정해 이자소득과 결합된 파생상품 소득도 이자소득으로 보아 과세하고 있다.
 
이러한 실질과 법률 사이에서 대법원의 고민은 많을 것이다. 조세법률주의는 영국의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이후 “대표 없이는 과세 없다”는 조세법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다. “동일한 담세력에 대해서는 동일한 세금을, 담세력이 높을수록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 실현을 위한 실질과세원칙 또한 최근의 소득양극화와 관련해 강조되는 개념이다. 

두 개념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세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입법의 취지와 목적을 좀 더 정교하고 명확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법 목적을 명백하게 규정하는 것은 사법부에게 하나의 해석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세법의 개정 목적을 명확하게 전달받은 납세자는 그렇지 못한 경우에 비해 개정에 대한 불만이 완화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법의 과세대상 및 입법 취지가 명확하면 납세자가 과세당국에 불복할 일도 줄어들 것이며 납세협력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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