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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세금]의붓아버지의 추악한 돈봉투

  • 2017.11.10(금) 13:55

사실혼 관계 간병인에게 합의금 지급
위자료 증거부족, 사전증여 재산으로 인정

"내 딸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거죠.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죽을 죄를 지었소. 돈은 넉넉히 챙겨줄테니 제발 살려주시오."
 
그녀의 직업은 간병인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보살피면서 받는 돈으로 어린 딸과 함께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왔는데요.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간병인 자리를 구하던 중 60대 중반의 건물주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남자는 지병을 앓고 있었지만 외모와 옷차림만 봐도 상당한 재력을 가진 노신사였습니다. 그에겐 아내와 두 아들, 며느리들까지 있었지만 가족들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는데요. 한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던 그는 간병인으로 찾아온 그녀에게 호감을 보였고,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동거를 시작했습니다. 

 
▲ 그래픽/변혜준 기자 jjun009@
 
황혼의 나이에 새 살림을 차렸지만 남자의 지병은 악화했습니다. 백내장에 식도암까지 앓게 되면서 수술을 받아야 했고, 그녀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 수가 없었죠. 그녀는 병 구완 뿐 아니라 남자가 소유한 건물의 청소와 임대관리까지 도맡아서 해냈습니다. 건물 관리를 위해 방화관리자 2급 자격증까지 따는 등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녀의 내조 덕분에 남자도 건강을 많이 회복했는데요. 동거한 지 4년째 되던 어느 날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녀가 외출한 사이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딸에게 남자가 몹쓸 짓을 한 겁니다. 딸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그녀는 즉시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지만 남자가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용서를 빌자 마음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딸은 가출했고 6년 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딸은 찜질방을 전전하다가 유흥업소에 발을 들이게 됐고 많은 빚을 진 채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됐는데요. 결국 딸은 가출한 지 7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고, 그녀는 딸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남자에게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마침 남자는 빌딩을 판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여서 수십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었는데요. 그는 딸의 빚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돈을 그녀에게 건네줬습니다. 그녀는 이미 남자가 빌딩을 판 직후에도 수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한 채 구입한 상태였습니다.
 
남자는 합의금을 내주고 넉 달 후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가족들은 상속세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거액의 상속재산을 남긴 사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유족들 몰래 상속재산을 은행 대여금고에 넣어두고 있었는데요.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장남이 상속재산에 대해 추궁하자 그녀는 대여금고에 있던 상속재산의 일부를 유족들에게 넘겨줬습니다. 
 
상속재산의 분배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무렵, 그녀와 유족들은 국세청의 레이더망에 걸렸습니다. 지난해 국세청이 다시 상속세 조사에 나서면서 그녀가 물려 받은 재산에 대해 추가로 증여세를 부과한 겁니다. 남자의 유족들도 그녀가 받은 사전증여 재산이 상속가액에 포함돼 과세 가액이 늘어나면서 세금을 더 물게 됐습니다. 
 
그녀와 유족들은 국세청의 세금 부과가 억울하다며 각각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는데요. 모두 '기각'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그녀가 받은 합의금은 사건이 발생한 지 7년이 지난 후에야 지급됐고, 경찰에 신고한 내역도 없기 때문에 증여세 비과세 대상인 위자료로 인정 받지 못한 겁니다. 그녀의 아파트 취득자금도 모두 남자로부터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증여세 부과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졸지에 거액의 세금을 떠안게 된 유족들도 억울함을 풀 순 없었습니다. 유족들은 그녀가 받은 재산이 사실혼 관계 청산을 위한 위자료였으니 상속세 사전증여 재산에서 제외해달라고 주장했는데요. 남자의 경우 이미 법률적으로 본처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와의 사실혼 관계도 인정 받을 수 없었습니다. 
 
*사전증여 재산
상속이 개시되기 5년 이내에 상속인이 아닌 타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포함시켜 세액을 계산한다. 사망을 예상할 수 있는 단계에서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상속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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