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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잡지처럼 구독하고 커피처럼 뽑는다

  • 2017.11.10(금) 17:55

아모레퍼시픽그룹, 유통 실험
중국인관광객에 울고웃는 내수시장
아모레, 구독배송·자판기 판매 등 변화 모색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새로운 방식의 화장품 유통을 실험중이다. 올해 1월 이니스프리에서 화장품자판기 '미니숍'을 선보인뒤 확대하고 있고, 이달 들어서는 마스크팩 구독배송 브랜드 디스테디(D.Steady)를 론칭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통실험은 중국인 소비자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사드보복 과정에서 면세점과 관광상권 로드샵 위주의 유통구조가 가진 단점이 부각되면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국내 화장품기업 급증, 
아모레·LG생건 점유율 하락

국내 화장품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화장품 대기업의 영향력은 오히려 줄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몇년간 연평균 6~7%씩 성장한 결과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드는 추세다.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국내 화장품시장 점유율은 전체시장의 절반을 밑돈다. 아모레퍼시픽이 30.7%, LG생활건강이 17.1%으로 총 47.8%다. 2015년말 50%에서 지난해말 48.7%로 1.4%포인트 떨어진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더 낮아졌다.

국내시장 성장세가 조금씩 둔화되는 상황에서 화장품기업 수는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화장품 제조·판매기업 수는 지난해말 1만개를 넘어섰다. 2015년과 2016년 두해동안 화장품 제조·판매기업이 4000곳 넘게 늘었다. 2015년에 2114곳, 2016년 2341곳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 중국인 관광객에 가려졌던 내수시장 둔화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산업의 내수시장 규모를 전망할때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은 수년내 주요 고객층으로 진입하는 여학생 수"라며 "저출산으로 기본적인 전망은 좋지 않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이러한 하락세를 가려왔는데, 올해 사드보복으로 이 부분이 빠지자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인관광객들의 구매로 국내 화장품시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는 얘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올해 2분기와 3분기 큰 타격을 입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8% 줄어든 1조413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7.9% 감소한 1304억원이다. 3분기에도 '사드 보릿고개'가 이어져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4.2%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9.7% 줄었다. 
 
LG생활건강은 국내 화장품사업에 영향을 받았지만 음료·생활용품사업으로 충격이 덜했다. 2분기 매출이 1.5% 감소한 1조530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1% 증가한 2325억원이다. 3분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 화장품, 잡지처럼 구독하고 커피처럼 뽑는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시장 성장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유통실험을 진행중이다. 최근 론칭한 디스테디
와 화장품자판기 미니숍이 대표적이다.

디스테디는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벤처프로그램 '린 스타트업'에서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마스크팩 구독배송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가을 공고를 낸 뒤 1~2차 심사를 거쳐 디스테디를 최종 선정했다. 선정 과정에는 아모레퍼시픽 임원진과 외부 스타트업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디스테디 아이디어를 낸 사내 벤처 프로그램 공모 직원들은 준비를 거쳐 지난 1일 브랜드를 론칭했다. 주요 제품은 피부 재생주기에 맞춘 마스크팩 '4 스텝 마스크 플랜'이다. 아모레퍼시픽몰과 별개로 운영되는 '디스테디몰'에서 정기구독 신청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기구독을 신청할때 원하는 주기와 요일을 지정하면 매번 추가 구매없이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디스테디 관계자는 "기존에 아모레에 없던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하는 직원들이 모여 도전하게 됐다. 마스크팩 사용행태 등 시장자료를 참고해 구독배송서비스를 기획했다"며 "지난 1일 브랜드를 론칭하고 아직 이렇다 할 홍보를 진행하지 못했음에도 찾아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이니스프리가 올해 1월 처음 선보인 화장품 자판기 '미니숍'도 서서히 확대할 예정이다. 

미니숍은 지난 1월 여의도역 그린라운지에 처음 설치된 뒤 8월 그린라운지 CGV왕십리점에 1대 추가됐다. 그린라운지는 이니스프리 화장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래그숍으로 전국에 7곳 마련돼 있다. 이니스프리는 미니숍의 서비스를 더 정교화한뒤 그린라운지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 확대 보급할 계획이다.

화장품기업들은 업계 1위의 실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독배송 브랜드에 대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구매전 사용경험이 중요한 화장품의 특성상 신규 브랜드로 초반 모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업력이 길고 고객층이 두터운 아모레의 경우 초기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 같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판기 판매와 관련해서는 "최저임금이 올라 로드샵이 점점 덜 매력적인 채널이 돼가고 있다"며 "하지만 오프라인을 아예 놓을 수는 없다. 핸드크림과 같은 보편적인 품목이나 스테디셀러 등에 한해 확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사고 오프라인에서 받아보는 O2O서비스가 소비재 전반에서 많아지고 있다"며 "운영비가 많이 드는 매장보다 자판기나 무인판매점 등이 영업익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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