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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매각앞둔 딜라이브·CMB 속내는

  • 2017.11.14(화) 16:53

내년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 앞두고 온도차 발생
과거 규제찬성 입장서 반대로 돌아서…M&A 때문

돈을 내고 방송 서비스를 보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3000만 명(2017년 상반기 기준)을 돌파했습니다. 유료방송은 크게 종합유선방송(SO), 위성방송,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으로 나뉩니다. 우리가 케이블TV로 흔히 알고 있는 SO에는 지역별로 CJ헬로비전, 딜라이브, CMB, 티브로드 등이 있고 위성방송에는 KT스카이라이프, IPTV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 사업자가 모을 수 있는 가입자수가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유료방송 합산규제 조항(방송법 제8조, IPTV법 제13조)' 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33.3%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방송산업은 공정성과 다양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특정 사업자가 독과점 하면 이를 침해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 도입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일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KT(KT스카이라이프 포함)가 30.45%, SK브로드밴드가 13.38%, CJ헬로비전이 12.97% 등으로 KT계열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KT는 합산규제 상한선인 33.3%까지 불과 2.85%p 남은 셈이죠. 33.3%를 넘어버리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더 이상 가입자를 받을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합산규제 조항이 3년 일몰조항으로 지난 2015년 도입됐다는 것이죠. 내년 6월27일 이 조항이 사라지게 되면서, 최근 사업자간 치열한 논쟁이 불붙었습니다. 33.3%룰을 이대로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존속 시킬 것인가를 두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KT계열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만큼 반(反) KT 전선에 있는 사업자들은 당연히 합산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변화가 보이는 곳은 케이블 업계입니다. 특히 딜라이브와 CMB가 합산규제 일몰을 찬성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열린 '유료방송의 시장점유율 합산규제의 법적 문제점' 토론회에 참석한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케이블TV 간에도 합산규제 문제는 합의가 안 되고 있다"며 "딜라이브나 CMB는 다른 케이블TV와 의견을 달리하고 있을 정도로 복잡한 이슈"라고 말했습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을 대변하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는 공식적으로는 합산규제 일몰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일몰을 찬성한다는 소문에 휩싸인 딜라이브와 CMB도 "공식적으로는 일몰을 찬성한다고 밝힌 적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양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딜라이브와 CMB의 매각설 등이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양사가 합산규제 일몰을 찬성한다는 것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자도 "딜라이브와 CMB의 공식적 입장이 전해진 건 없지만, 케이블TV 업계 내에서 합산규제 일몰에 대한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딜라이브와 CMB의 매각설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합산규제 일몰을 찬성한다고 밝힌 적은 없다"며 "다만 회사가 KT, LG유플러스 등으로의 매각설 꾸준히 제기되면서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즉 현재 시장점유율 6.66%를 차지하고 있는 딜라이브가 KT에 인수된다면 KT의 시장점유율은 37.11%에 달하게 됩니다. 합산규제 33.3%를 넘어서 법적으로 인수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결국 딜라이브 입장에서는 향후의 매각작업을 위해서 합산규제가 일몰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일 수 있습니다. 특히 현재 딜라이브를 인수한 후보군으로 주로 대형사가 거론되고 있어 합산규제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CMB도 마찬가지 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히 나오는 CMB 매각설 때문에 합산규제 일몰 찬성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CMB는 재정이 그렇게 탄탄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인수합병 가능성을 두고 합산규제 일몰 찬성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딜라이브와 CMB의 기류변화는 이들을 인수합병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통신사로 옮겨갑니다. KT야 당연히 합산규제 일몰을 찬성하는 입장이고요.

 

SK텔레콤의 경우 합산규제 조항이 만들어질 2015년 당시만 해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지만 지금은 입장이 불분명 합니다. SK텔레콤 계열인 SK브로드밴드의 시장점유율이 KT에 이어 2위(13.38%)인 상황에서 다른 SO와 인수합병을 하게 된다면 시장제한이 풀어지는 쪽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죠.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에 대해 '공정경쟁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불허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난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후로 합산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계속 지켜보는 상황이어서 현재로선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낼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부 케이블TV에 대한 인수작업이 추진된다면 아무래도 자본력이 있는 통신사가 주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만 해도 CJ헬로비전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2위였지만 현재는 SK브로드밴드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합산규제 일몰에 대한 온도차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공식적으로 합산규제 일몰을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10.42%로 KT, SK브로드밴드에 비해 낮으며 이동통신 점유율도 3위 입니다. 즉 케이블TV 사업자를 인수하더라도 경쟁사와 격차가 있기 때문에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경쟁사의 인수합병(M&A)를 견제하려면 합산규제 조항이 필요하다는 속내입니다.

과기정통부는 합산규제 일몰에 대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연구반이 운영될 예정이니 조만간 내년 6월 합산규제 일몰에 대비한 최종 의견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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