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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습격]②4분기, 먹구름 몰려온다

  • 2013.10.29(화) 13:32

3분기 주요기업 실적 부진..환율도 영향
4분기도 추세 지속 전망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속도가 매섭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9개월여만에 1050원대로 진입했다. 넉 달만에 100원 가까이 빠진 것이다. 1060원대로 되올라섰지만 누구도 1050원대 지지를 장담하지 못한다. 특히 환율 하락속도가 가파른 점도 우려를 더한다. 환율이 내려갈수록 수출기업들은 물론 한국 경제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환율 전망과 환율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환율 뚝뚝뚝...`세자릿수` 눈앞
②4분기, 먹구름 몰려온다
③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④나누고, 바꾸고...헤지만이 살길이다
(그래픽)업종별 환율 기상도

 

주요기업들의 지난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환율'이다. 특히 환율에 민감한 업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환율 하락) 수출중심의 기업들은 해외에서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문제는 3분기뿐 아니라 4분기 실적에도 이같은 현상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변 환경을 보면 원화 강세의 큰 흐름이 변화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환율 영향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경기회복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울고 싶은 수출기업

 

영업이익 10조1600억원. 바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다. 다른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반도체도 호조를 보이면서 삼성전자는 매분기마다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산업계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주요 기업들은 지난 3분기 대부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을 늘렸지만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되는 현상도 나왔다. '삼성전자 착시효과'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자동차, 철강, 정유 등 대표 기업들이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3분기까지 누계매출이 전년보다 5.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9% 감소했다. 그나마 해외생산 비중이 높아 기아차보다는 선방한 결과를 내놨다.

 

노조 변수와 함께 환율 영향을 크게 받은 기아차는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0.1% 증가로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영업이익은 13.1% 줄었다. 기업설명회에서 기아차는 "환율이 급락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에 악재가 됐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실적도 저조했다. 연결기준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56.7% 감소했다. 포스코와 삼성중공업 등 주요기업들의 성적표 역시 신통치 못했다.

 

◇ 4분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4분기에도 환율 등 대외변수들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로 달러자금들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반면 미국와 유럽 등 세계 경기의 회복속도는 아직 약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이 보는 향후 경기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9일 내놓은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한달만에 기준선 아래로 떨어졌다. 앞으로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전경련은 "환율 하락에 따른 향후 수출 부담, 가계부채 증가세에 따른 소비부진 우려,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폐쇄(셧다운) 여파 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후 한국기업들의 상대적인 선전에는 환율효과도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이후 환율 상승으로 인해 해외실적이 부풀려지는 착시효과도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삼성연구소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산효과를 제거할 경우 미국과 일본기업이 역성장했던 2009년에 한국기업 역시 4%가량 역성장했다고 설명했다.

 

▲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경제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한국기업의 체력이 소진돼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의 경우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일본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처럼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경우 가뜩이나 약해지고 있는 기업 경쟁력이 추가로 훼손될 여지가 커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4분기는 물론 내년 경기 전망이 확실하지 않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여기에 원화 강세가 더해진다면 어려움은 더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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