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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회장의 꽃길과 가시밭길

  • 2017.11.20(월) 14:16

안정적인 지배구조로 리딩뱅크 굳히기 한몫
노조 주주제안 등 노사갈등은 여전히 불안요인

20일 오전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결의하는 자리다. 이날 임시 주총장은 통상 금융권 주총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의장인 윤 회장이 인사말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노조측 주주의 '이의제기'와 고함이 난무하면서 소란스런 출발을 알렸다.

앞으로 윤 회장의 앞날을 예고하는 듯 했다. 윤 회장은 이날 예상대로 연임에 성공했다. 3년전 이맘때 낙하산 인사를 물리치고 어렵사리 회장 자리에 올랐던 윤 회장은 이번엔 비교적 순탄하게 연임에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윤 회장 고발로 이어진 노동조합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윤 회장은 취임 3년 만에 KB금융을 리딩금융그룹 자리로 돌려놨다. 이는 윤 회장 연임에 든든한 배경이 됐다. 하지만 앞으로의 3년은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첨예한 노사갈등까지 더해지며 흙길과 가시밭길 또한 예고했다.

 

▲ /이명근 사진기자



◇ 꽃길, 리딩뱅크 굳히기

사실 윤 회장에게 꽃길은 없었다. 3년 전 회장자리에 오를 때는 물론이고, 이후에도 호시탐탐 노리는 낙하산과 외압을 뿌리치기에 바빴다. 은행장은 물론이고 상근감사위원 자리까지 한때 박근혜 정부에서 잘나갔던 현기환 전 정무수석(옛 주택은행 출신)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동안의 낙하산 CEO와 달리 윤 회장은 부채의식(?)이 없었다는 점에서 결국 이런 낙하산을 뿌리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분석된다.

 

최근 윤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독립적인 이사회의 결정을 통해 외풍과 낙하산을 막았다는 점에선 의미가 남다르다. 그런 측면에선 불안했던 지배구조도 안착하는 분위기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는 윤 회장이 취임 당시 목표했던 '리딩금융그룹' 달성에도 한몫을 했다. 올 연말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1위 금융그룹에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주가도 1만원 가까이 벌어지면서 시장에서도 KB의 앞날을 더욱 밝게 보는 분위기다.

 

비은행 강화 등을 통한 이익창출력을 봐도 추는 KB쪽으로 기울었다. 윤 회장 2기 체제에서 국내 리딩금융그룹을 넘어 아시아리딩그룹이란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런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다만 여전히 1·2등간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선 앞으로도 박빙의 경쟁구도를 이어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실제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지난 3년은 사실 완전히 망가져있던 은행을 회복하고, M&A 측면에서도 현대증권 등의 물건이 나와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운대가 맞았다"면서 "그에비해 앞으로 3년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은 물론이고 해외 M&A를 하려고 해도 마땅한 물건이 없어 '발굴해서'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가시밭길, 노사 갈등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 등을 놓고 노사간 갈등이 첨예한 점 역시 2기 윤 회장 체제의 암초 중 하나다. 노조 측에서 주주제안 방식으로 주총 안건으로 올린 사외이사 추천은 부결됐다. 다만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또다시 제안할 것을 예고한 데다 애초 주총에서 압도적인 반대의견을 예상했으나 단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점도 새로운 변수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공약한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KB 안팎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쏟는 이슈가 됐다. 다만 윤종규 회장은 이날 주총장에서 표결 이후 검표 과정에서 "2014년 하반기에 금융권 최초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주주제안제도를 뒀다"며 "당시 소액주주 추천으로 세 분이 선임돼 있고 (노조 측에서 제안한 안건이)노동사외이사가 아니면 오히려 훨씬 더 접점이 있다고 본다"며 여운을 남겼다. 다만 "궁극적으로 사외이사는 주주들이 선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주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노조에서도 자칫 노조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며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과 노력이 필요한다"고도 언급했다.

경찰이 사측의 노조 설문조사 개입에 대한 노조 측 고발건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 역시 변수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도 KB금융의 LIG손보, 현대증권 고가인수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윤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우리은행장 사의표명을 시작으로 흉흉한 금융권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이런 노사 갈등을 틈탄 외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여전히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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