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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셋]궐련형 전자담배 ③위해성 논란

  • 2017.11.22(수) 16:57

업체 "일반담배 대비 유해물질 90% 감소"
찌는 담배 타르는 발생 안해
스탠튼 글라츠 교수 "안전은 왜곡, 니코틴만도 폐질환 악화"

당신이 궁금한 이슈를 핀셋처럼 콕 집어 설명해드립니다. 핀셋 첫번째 주제는 궐련형 전자담배입니다. 올해 6월 국내에서 처음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 10월 반출량이 2000만갑이 넘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사용후기, 건강 논란 등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편집자]


흡연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건강'입니다. 담배의 위해성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금연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애연가들이 입에 담배를 물고 하는 고민입니다. 우스갯소리로 '흡연의 즐거움은 그대로 유지하되 건강은 크게 해치지 않는 담배를 발명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흡연자들의 이런 고민을 파고든 제품입니다. 담배업체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면서 '기존 담배 대비 유해물질 배출을 90% 이상 줄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덜 해롭다'는 설명으로 흡연자들의 마음을 흔든겁니다.

하지만 담배업체들의 '덜 해롭다'는 주장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우선 담배업체들의 주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아이코스(IQOS)'를 생산·판매하는 필립모리스와 '글로(glo)'를 생산·판매하는 BAT는 모두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물질 배출이 현저히 적다'고 제시합니다. KT&G도 같은 입장입니다. 다만 KT&G는 다른 업체와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KT&G의 위치와 입장 탓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럽습니다.

담배업체들이 이야기하는 유해물질은 '타르(TAR)'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타르가 검출되지 않습니다. 타르는 흔히 상상하는 끈적한 검은 물질 같은 것이 아닙니다. 담배를 불에 태울때 배출되는 배출물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남은 잔존물(Total Aerosol Residue)’입니다. 그 앞글자들만 따서 약자로 타르라고 부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습니다. 담뱃잎을 찝니다. 태우지 않으니  일반적으로 흡연할때 배출되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은 담뱃잎이 불에 탈때 나오는 연기에서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타르입니다. 결국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타르가 나오지 않으니 유해 물질이 확 줄어든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일반담배 연기 성분의 50%가 타르입니다. 반면 아이코스의 연기는 수분 80%와 글리세린, 니코틴 등으로 구성돼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담배업체들이 주장하는 유해성분 배출 저감 주장의 핵심 논리입니다.


필립모리스는 또 자체 연구 결과 아이코스 연기에는 FDA(미국식품의약국)가 지정한 발암물질 18개와 자체적으로 지정한 발암물질 58개, 국제암연구소 지정 발암물질 15가지 모두 90~95%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BAT도 글로에서 WHO(세계보건기구)의 9가지 유해성분이 약 90% 이상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담배업체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허구라고 반박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미국 UC샌프란시스코대 의대 스탠튼 글란츠(Stanton Glantz)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스탠튼 글란츠 교수의 담배에 관한 연구는 업계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담배업체들은 스탠튼 글라츠 교수의 연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상대로 2번이나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스탠튼 글란츠 교수는 최근 잇따라 자신의 블로그 등을 통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경고하는 글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95% 이상 안전하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합니다.

그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안전하다는 주장은 Nutt 박사(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신경정신약물학 교수)등이 쓴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 논문은 몇몇 '전문가'가 증거 인용없이 낸 자신들의 의견을 추려서 보여준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 논문 뒤에 발표된 상당한 수의 논문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것과 연관된 중대한 심혈관 및 폐 질환 리스크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스탠튼 글란츠 UC샌프란시스코 의대 교수는 오랜 기간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연구와 논문 등을 발표해왔다. 최근에도 블로그를 통해 '전자담배에 대한 5가지 미신과 그 증거들'이라는 글을 게재하고 궐련형 전자담배 등 전자담배의 위해성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글란츠 교수는 또 "니코틴은 발암물질은 아니지만 생식 독소"라면서 "정상적인 세포 증식과 사멸을 방해해 종양 증식 촉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니코틴은 혈관형성을 자극해서 종양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피를 공급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하고 폐 관련 질환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르가 나오지 않는 대신 니코틴 수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스탠튼 글란츠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니코틴만으로도 궐련형 전자담배는 충분히 유해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담배업체들이 종전 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줄었다는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주장인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담배업체들이 자신들이 생산한 궐련형 전자담배의 위해성 연구결과를 발표할때 비교대상을 고타르 담배로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3R4F라는 표준담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문제는 이 담배의 경우 타르 함유량이 9㎎ 이상인 고타르 담배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연구 결과 수치가 좋을 수밖에 없는 실험이라는 지적입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올라갈 수록 위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담배업체들은 일반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확연히 줄었다는 점을 강조할 겁니다. 반면 스탠튼 글란츠 교수와 같은 사람들은 궐련형 전자담배도 담배인 만큼 위해성이 높다는 점을 증명해내려 노력할 겁니다. 선택은 소비자 스스로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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