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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주택시장]①서울, 다시 커지는 불씨

  • 2017.11.23(목) 17:19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 8.2대책 이후 최고
'서울 주택은 안전자산'..오히려 수요 집중

요새처럼 국내 주택시장을 '한 덩어리'로 보기 어려운 때도 드물다. 서울처럼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는 이들이 많아 여전히 열기를 뿜는지역이 있는가 하면, 새 아파트가 전세로도 나가지 않아 집값까지 떨어지면서 냉기가 도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도 있다. 점점 더 뚜렷해지는 주택시장 '탈 동조화(디커플링)'를 짚어보고 이에 맞는 정책 방향은 무엇일지 가늠해 본다.[편집자주]

 

그때 뿐이다. 더 뜨거워지지 않을 뿐이지 식지는 않는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중개업소 매물 호가(呼價)는 출렁거렸지만 막상 내린값에 거래가 이뤄지진 않으면서 시세는 유지된다. 그러다가 또 개발호재나 공급부족 얘기가 나오면 슬그머니 시세가 올라간다. 서울, 특히 강남권 집값 얘기다.

 

미분양이나, 전세가 안 나가서 집주인이 애를 태우는 '역(逆)전세난' 얘기가 나오는 수도권 외곽, 지방 일부지역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서울은 다르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를 것이다'라는 전망이 온탕에 계속 군불을 지피는 불쏘시개다.

 

8.2대책도 '백일천하' 되나?

   

 

한국감정원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조사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주간 변동률이 0.18%였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 전인 7월31일기준 변동률(0.33%)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8.2 대책 이후로는 단 한 번도 0.1% 위로 올라선 적이 없었다. 지난달 말 0.07%(10월30일)을 기록한 뒤 이달 들어 0.08%(11월6일), 0.09%(11월13일) 수준을 이어왔다. 하지만 달라졌다. 지난 3주간의 구별 변동률 분포를 연속해서 보면 불씨가 번지는 듯한 모양새다.(위 그래픽)

 

이번 주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두드러지게 오른 곳은 목동 신시가지를 품고 있는 양천(0.50%)이었다. 하지만 그외 상위권은 정부 대책의 배경이 된 '과열의 핵', 강남권 주변이었다. 송파가 0.45%의 상승률로 뒤를 이었고, 성동과 강남이 각각 0.33%, 0.31%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한국감정원은 "거래가 급감한 가운데 그동안 가격 낙폭이 컸거나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지역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도 "추석 연휴께만 해도 시세보다 2000만원 안팎 싼 매물이 나왔지만 어느덧 다시 제값 받자는 분위기로 돌아왔다"고 했다.

 

8.2 대책과 후속조치, 또 10월말 가계부채대책이 이어지면서 보였던 100여일의 가격 안정세는 연말로 접어드는 시점에 흔들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내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려는 주택당국 입장에서도 심란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공기업 산하 연구원 관계자는 "로드맵에는 다주택자 임대사업 등록 유인책(인센티브)이라든지, 무주택자들의 주택구입 촉진 등의 내용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는 분위기라면 국토교통부도 인센티브나 실수요 지원 내용에 수위조절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분양시장도 서울은 '후끈'

 

정부는 여러 차례 대책을 통해 조정대상지역 1순위 청약 조건을 통장가입 2년으로 늘리고, 청약가점제 배정 비율을 확대하는 등 청약제도를 개편했다. 하지만 분양시장도 종전 과열 지역에서는 청약 열기가 식지 않는다.

 

지난 22일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일반분양 1순위 538가구 청약접수에는 6503명이 청약했다. 6가구를 모집한 전용 49.7㎡에는 873명이 청약해 최고경쟁률인 145.5대 1을 기록했다. 중대형인 114.95㎡ 11가구에도 424명이 청약해 38.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신길뉴타운 9구역을 현대건설이 재개발하는 단지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2.1대 1로, 면적별 6개 모집단위가 모두 당해지역(서울) 내에서 마감된 것. 이 아파트 분양 관계자는 "1순위 자격을 가진 이들이 줄고, 청약가점제 강화로 가점 60점대 이상 고점자 위주로 청약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았다"며 "일부라도 추첨으로 뽑아선지 중대형 경쟁률이 전체 평균의 3배에 달한 것도 의외였다"고 말했다.

 

▲ '힐스테이트 클래시안' 견본주택에 몰린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사진: 현대건설)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은 'e편한세상 강동 에크포레'도 69가구 모집에 965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평균 청약경쟁률은 14대 1. 중소형 5개 주택형(모집단위)이 모두 두 자릿수 경쟁률로 마감됐다. 이 단지는 대림산업 계열 고려개발이 서울 강동구 길동 43 일대에 짓는 총 366가구 규모 단지다.

 

이처럼 서울 분양시장이 여전히 뜨거운 데도 이유가 있다. '서울 주거용 부동산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게 건설산업연구원 분석이다. 허윤경 연구위원은 "내년 주택시장도 전반적으로는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지만 전망이 좋은 주거상품으로는 수요가 더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매제한이 가해지고, 대출이 까다로워져 전반적으로 수요는 위축되겠지만 새 집에 대한 욕구나 투자를 위한 수요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청약시장에 뛰어드는 이들 사이에서도 "당첨만 되면 적어도 1억원은 먹는다"는 인식이 번져있다는 게 분양시장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모델하우스 상담사는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규정 등이 강화됐지만 어떻게든 기간만 채우면 돈이 된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며 "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들은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더 몰리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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