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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코픽스 관리 부실 '금융 신뢰 훼손'

  • 2017.11.24(금) 09:45

코픽스, 금융상품 가격의 핵심지표
검증 시스템 허술, 책임 떠넘기기만

은행연합회가 코픽스(Cost of Fund Index, COFIX) 오류를 뒤늦게 발견했다. 2015년 4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잘못 계산해 실제(1.77%)보다 0.01%포인트 높게 고시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하나은행의 자료 입력 실수 때문이라는게 은행연합회의 해명이다. 

오류 공시로 은행 고객 37만명이 총 12억원의 이자를 더 냈다. 1인당 3300원 꼴로 손해를 봤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이번 사고는 간단히 넘어갈 이슈가 아니다. 코픽스는 금융상품 가격의 지표이자 가이드라인이다. 코픽스의 관리 부실은 금융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금과 적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해주는데 쓴다. 각 은행이 쓴 조달비용의 평균값을 구한 게 코픽스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된다. 모든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일괄 적용된다는 뜻이다.

통상 물건을 만드는 회사 마음대로 가격을 매기지만 은행 사정은 조금 다르다. 은행은 정부 규제를 통해 예금 원금을 보장받고 예대금리 차로 수익을 낸다. 생산활동이 아닌 규제 덕에 돈을 벌면서 멋대로 대출금리를 부과했다간 사회적 지탄을 피하기 어렵다.

대출금리의 객관성을 필히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개별 은행이 각자의 조달비용을 따라 대출금리를 정하지 않고 은행권 평균값(코픽스)을 적용하는 이유다. 현재 은행연합회가 각 은행의 조달비용 자료를 취합해 가중 평균을 낸 후 고시하는 식으로 코픽스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연합회는 객관성의 기본인 수치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공시 오류를 냈다. 오류 사실도 은행연합회가 아닌 감사원이 밝혀냈다. 코픽스의 정확성을 따질 사전, 사후 검증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얘기다.

은행연합회는 관리 부족을 인정하기보다 책임부터 떠넘겼다. 하나은행이 잘못된 수치를 넘겼으니 전산 처리 결과도 틀리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식이다. 비판이 줄 잇고서야 검증항목을 늘리고 한국은행과 교차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은 일반 재화와 서비스 가격을 매기는 것보다 엄정히 이뤄져야 한다. 시장금리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으면 은행이 '땅 짚고 장사'하면서 소비자 편익을 늘리긴커녕 주먹구구식이라는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다.
 

허술한 코픽스 관리로 이 같은 비난을 불러일으키고도 발뺌하는 은행연합회를 보며 은행은 회비가 아까울지도 모르겠다. 대출 이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이곳저곳 발품을 파는 소비자도 맥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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