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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주택시장]②서울만 벗어나면 '한겨울 찬바람'

  • 2017.11.24(금) 10:37

수도권 등 하락세…물량 증가·규제 강화 등 영향
투자심리 냉각, 내년 전망도 밝지않아

요새처럼 국내 주택시장을 '한 덩어리'로 보기 어려운 때도 드물다. 서울처럼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는 이들이 많아 여전히 열기를 뿜는지역이 있는가 하면, 새 아파트가 전세로도 나가지 않아 집값까지 떨어지면서 냉기가 도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도 있다. 점점 더 뚜렷해지는 주택시장 '탈 동조화(디커플링)'를 짚어보고 이에 맞는 정책 방향은 무엇일지 가늠해 본다.[편집자주]

 

'미드(미국 드라마의 줄임말)' 중 인기를 끌고 있는 왕좌의게임 시리즈에서는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바로 'Winter is coming(겨울이 오고 있다)'. 가상의 왕국들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인 이 드라마에서 정작 가장 큰 적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죽은자'들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는 대사는 직접적으로는 그들과의 생사를 건 전쟁을 의미하고, 간접적으로는 어려움이 오고 있다는 의미로도 통용된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대책이후 지역별 쏠림현상이 심해지면서 서울을 벗어난 수도권, 그리고 일부지역을 제외한 지방 주택시장에는 그야말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이 오고 있는' 셈이다.

 

사상최대 기록을 경신했던 지난 2015년 분양물량의 입주가 현실화되고 있고, 대출규제 강화, 기준금리 인상 등의 요인은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모습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도권이나 일부지방 약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쏠림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 지방에는 찬바람만..

23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11월 셋째주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서울과 그외 지역의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방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5% 떨어지며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은 0.18% 상승했다.

 

서울과 함께 가격 강세를 보이던 세종도 전주보다 0.01% 하락했고, 부산(-0.03%), 제주(-0.02%) 등도 약세를 보였다. 신규 입주물량이 많은 울산(-0.11%)이나 경북(-0.22%), 경남(-0.20%) 등은 하락세가 심화됐다.

 

반면 전북(0.07%)과 전남(0.07%)은 신규 공급이 부족하거나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광주(0.01%) 역시 학군이 양호한 지역으로 수요가 유입되며 상승 전환됐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서울은 8.2대책 이후에도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반면 입주물량이 많은 경기남부와 일부 지방은 하락세"라며 "매매거래가 줄어들며 쌓이고 있는 입주물량을 해소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오는 12월부터 3개월간 전국에서는 15만 가구가 넘는 입주물량이 공급된다. 수도권이 7만9998가구, 지방은 7만446 가구다. 이중 서울에 공급되는 물량은 2694가구에 불과하다. <관련기사 ☞ '사상최대 주택공급' 후폭풍..입주물량 쏟아진다>

 

 

지역별 쏠림 현상은 전세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0.07%)은 양호한 학군이나 역세권, 업무지구 인근 등에 수요가 몰리며 상승했다. 강북권(0.05%) 보다는 강남권(0.08%)에서 상승폭이 컸다.

 

반면 경기(-0.01%)와 인천(-0.01%), 지방(-0.02%) 등은 하락세다.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경기 화성·수원·용인시, 경남 등은 전셋값 하락이 계속됐다. 울산(-0.09%)과 경북(-0.16%)은 전세공급 누적 및 지역경기 침체로 하락폭이 확대되고 충북(-0.02%)도 하락 전환했다.

 

◇ 쌓이는 물량…마이너스 프리미엄 등장


분양시장도 수도권, 지방 등 비인기지역은 외면받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총 5만4420가구로 전월 5만3130가구 대비 1290가구 늘었다. 미분양주택은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감소했지만 5개월만에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중 수도권 미분양주택은 1만311가구로 집계됐다. 9월말 기준 경기도 미분양 주택은 7945가구로 전월 7596가구보다 349가구 늘었다. 지방은 1.6% 늘어난 4만4109가구를 기록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올들어 꾸준히 감소하던 미분양 물량이 정부의 규제가 나오며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도권에서 분양이 몰렸던 경기 남부와 김포, 남양주 등에서는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하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들도 나오고 있다. 다주택자 등에 대한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소유권 등기이전에 필요한 자금마련이 여의치 않거나, 입주에 맞춰 전세 세입자 구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등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중 일부가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외곽지역 아파트부터 처분하려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 광주·용인·평택 '깡통 분양권' 쏟아진다>

 

 

이처럼 입주물량 증가가 현실화되고, 분양권 거래가 냉각되고 있지만 신규 분양은 여전히 쏟아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11월 일반분양 예정은 4만778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6902가구보다 1.8배 많은 수준이다. 다음달에도 3만9000여가구가 분양이 될 예정이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올해 12만8000여 가구가 입주하며 곳곳에서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내년에도 입주되는 물량이 많은 상황에서 신규분양도 늘어나고 있어 준공후에도 빈집으로 남아있는 악성 미분양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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