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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무한도전]⑫녹십자, 백신·혈액 한우물 '글로벌 확장'

  • 2017.11.24(금) 15:04

1970년대 오줌수거통·태반으로 황무지 개척
북미시장 등 공략..2020년 혈액제제 생산 세계 5위
혈우병·B형간염 신약개발

신약 개발에 성공하는건 소위 '잭팟'에 비유된다. 글로벌 신약 하나로 벤처사가 글로벌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곳이 제약·바이오업계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운'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개발 과정에 투입해야 하는 대규모 비용과 오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신약개발 과정에는 수많은 예상하기 어려운 실패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꼽힌다. 우리 기업 현실은 어떨까. 주요 제약사들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살펴본다. 열한번째 주자는 백신·혈액 한우물 전략으로 글로벌제약사에 오른 녹십자다. [편집자]


녹십자가 최근 브라질 정부에 4290만달러(470억원) 규모 혈액제제를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공급품목은 면역글로불린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이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녹십자의 오랜 혈액분획제제 연구성과가 농축된 글로벌 전략 품목이다.

혈액분획제제는 석유화학에서 원유를 정제해 쓰는 것처럼 사람의 피에서 특정 성분을 분획·정제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대개 피의 모든 성분이 아닌 적혈구나 백혈구, 알부민 등 일부 성분만 필요하기 때문에 적은 혈액으로 보다 많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국내에선 녹십자가 1971년 처음으로 관련 기술을 상용화했다. 

혈액분획제제중에서도 면역글로불린은 바이러스·세균 감염에 대한 면역기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성분을 담은 의약품이다. 이번에 수출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은 선천성 면역 결핍증과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에 사용된다. 지난 5월 국내 허가를 획득해 현재 미국과 캐나다에서 임상3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허가를 준비중이다.

◇ 혈액연구 한우물 '100대 제약바이오기업' 반열

녹십자는 1967년 출범부터 연구중심 제약사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찍이 일본 녹십자, 미국 커터연구소 등과 기술제휴를 맺고 혈액분획제제를 연구·생산해왔다. 1970년대 공중화장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오줌수거통은 오줌에서 생물학제제를 추출해 1973년 혈전용해제'유로키나제'를 만든 녹십자의 작품이었고, 버려지거나 불법으로 유통되던 태반을 국내 최초로 약의 원료로 활용한 곳도 녹십자였다.

당시는 태반을 신성하게 여기는 풍토로 인해 태반을 다루는데 제약이 많았다. 1979년 관련 법 개정으로 태반을 의약품 원료로 활용할 길이 열리자 녹십자가 주도적으로 개발에 나서 1980년 태반 속 알부민과 감마글로불린을 추출해 제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1980년대 이미 매출액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업계 최고 수준인 6%에 달했다. 최근 대규모 수출계약을 맺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도 1982년 정맥주사제로 개발한 아이비글로불린을 시초로 현재까지 관련 연구를 이어온 결과다.

녹십자의 혈액제제 연구는 특히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자가용이 보편화하면서 교통사고로 인해 대형수술이 크게 늘자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6년에는 독일에 전량 수입을 의존하던 출혈예방용 조직접착제를 국산화하기도 했는데, 이는 당시 돈으로 연간 100만달러대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는 성과로 평가됐다. 


이처럼 오랜 한우물 전략으로 녹십자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글로벌 100위권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제약 관련 통계기관인 스크립100이 올해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유한양행, 한미약품과 함께 녹십자가 100위권 기업에 등재됐다. 녹십자가 90위,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각각 82위, 83위다.

◇ 2020년 혈액제제 생산능력 세계 5위..470억 수주는 신호탄

녹십자는 혈액제제 글로벌시장 진출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 최근 470억원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 브라질 정부 공급계약 수주가 신호탄이다. 

지난해 북미시장 진출을 앞두고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오창공장을 2배로 증설해 총 혈장처리능력을 최대 140만리터 규모로 늘렸다. 현재 운영중인 30만리터 규모의 중국공장과 2015년 준공에 들어간 100만리터 규모 캐나다공장이 2020년 본격 생산에 돌입할 경우 총 270만리터 규모의 혈장처리능력를 갖춰 이 분야 세계 5위권에 들게 된다.

아직 국내 제약사중 북미지역에 현지 바이오 공장을 갖춘 곳이 없어 녹십자가 이곳에서 생산을 시작한다면 높은 경쟁우위를 갖출 것으로 평가된다. 녹십자의 캐나다 현지법인인 GCBT는 이미 공장을 짓고 있는 퀘백주 혈액사업 기관과 면역글로불린, 알부민 등을 최소 8년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이 공급계약 규모는 캐나다 전체 면역글로불린 시장의 15%에 달한다.

이와 함께 미국 현지법인 GCAM을 통해 혈액원을 늘려가고 있다. 현재까지 총 8곳의 혈액원을 보유한 녹십자는 올해안에 3곳 이상의 혈액원을 신규 설립할 예정이다.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 허가를 마무리하는대로 현지 판매를 위해 마케팅 네트워크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2020년까지 미국내 혈액원을 30곳으로 늘려 원료혈장을 연간 100만리터 공급한다는 목표다. 


앞으로 연구개발도 '한우물 파기' 전략이다. 지난 50년간 회사를 키워온 혈액과 면역분야 기술력을 토대로 바이오신약과 차세대신약에 집중한다. 

현재 녹십자는 기존 제품대비 약효 지속시간을 대폭 늘린 차세대 장기지속형 혈우병치료제를 개발중이며, B형간염 바이러스 항체로 구성된 바이오신약 'GC1102'의 임상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혈액제제와 함께 녹십자 사업의 양대축인 백신 분야에서도 추종자(Follower)가 아닌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녹십자 관계자는 "녹십자는 2014년 이후 범미보건기구 독감백신 입찰에서 굴지의 다국적제약사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를 이끌어온 주력 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 기술과 노하우로 차세대 혁신신약을 개발중"이라며 "이미 잘하고 또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개발에 초집중해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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