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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온탕 주택시장]③'샤워실 바보' 피하려면

  • 2017.11.27(월) 09:14

지역별 시장 온도차 '맞춤형 대응책' 절실
'양방향用' 조정대상지역 후속제도화 필요

요새처럼 국내 주택시장을 '한 덩어리'로 보기 어려운 때도 드물다. 서울처럼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는 이들이 많아 여전히 열기를 뿜는지역이 있는가 하면, 새 아파트가 전세로도 나가지 않아 집값까지 떨어지면서 냉기가 도는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도 있다. 점점 더 뚜렷해지는 주택시장 '탈 동조화(디커플링)'를 짚어보고 이에 맞는 정책 방향은 무엇일지 가늠해 본다.[편집자]

 

뜨거운 물과 찬 물 두 수도꼭지가 달린 샤워기가 있다. 적당히 양쪽 꼭지를 조절해 물온도를 맞추지 못하고 두 꼭지를 이리저리 '홱홱' 틀고 잠그기만 반복하면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런 어이없는 행태를 두고 '샤워실의 바보(a fool in the shower room)'라 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정부의 과격한 시장 개입을 빗대 한 말이다.

 

그는 시장이 스스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다. 통화시장뿐 아니라 모든 시장에서 정부 역할이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꼭지'는 되도록 살살 건드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너무 급하면 시차를 두고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오히려 불안이 가중된다는 얘기다.

  

 
◇ '시장 움직이는 변수'도 지역별로 달라 
 
국내 주택시장은 어떨까. 한쪽은 과열이 식지 않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한파가 불어닥친 모습이다. 냉탕과 온탕이 섞여 있는 국내 주택시장은 무조건 때려잡기도, 적당히 내버려두기도 맞지 않는 실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역별로 맞춤형 대응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일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지역별 주택시장에 맞는 맞춤형 정책개발이 절실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시·군·구 단위 정밀 모니터링을 통해 지역 상황, 연령대별, 소득계층별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주거복지 정책도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공급초과 지역은 '깡통전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저렴주택에 대한 보증금반환보증료율 할인 같은 경기급랭 시 대비책이, 반면 수요초과 지역에서는 전월세집을 구하지 못하는 이들의 주거불안 사각을 해소하는 데 힘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새정부의 주요 부동산정책은 수요관리 정책과 주택시장 연착륙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지역경제 여건이 악화된 거제, 군산 등 지방에 대해서는 산업이나 고용지원정책과 주택정책이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9월말 전국 2338개 부동산중개업소에게 '향후 시장 변화요인'을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선에서 보는 시장 변수부터 큰 편차를 나타낸다.

 

수도권(45.3%), 부산(49.8%), 제주(56.4%) 등은 '8.2 부동산대책'을 꼽았지만 광주(32.8%), 대전(29.2%)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응답이 많았다. 또 울산(36.2%), 세종(38.5%)은 '지역 경제상황'을, 대구는 '금리인상'(22.9%)을 가장 주요한 영향요인으로 답했다. 경남(66%), 충남(49.1%), 충북(48.1%) 등지 경우 '신규주택 과다공급'이 최대현안이었다.

 

 

 

◇ '조정대상지역' 두 방향 모두 구실해야

 

정부도 작년 하반기부터 이 같은 맞춤형 대응 쪽으로 방향은 잡고 있다. 작년 11.3 대책(실수요 중심의 시장형성을 통한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방안)에서 처음 꺼내든 중립적 표현의 '조정대상지역'이라는 규제지역 명칭이 그래서 나왔다.

 

넘치는 수요로 인한 시장 '과열'만 관리할 게 아니라 과도한 공급으로 인한 시장 '급랭'에도 대비한다는 게 애초 목표였다. 규제만 가할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는 거래 활성화 등 실수요 진작이나 미분양 등의 리스크 경감을 통한 시장 활력 회복을 지속시킨다는 설계였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및 일부 수도권이나 부산 등에 불거진 과열 진화에 치우치고 있다보니 경기가 식어가는 지방 지역에 대한 대응책은 눈에 띄질 않는다. 전문가들은 "온탕에 찬물을 섞는 것 만큼, 냉탕에도 온수를 틀어야 주택시장 지역 편차가 야기하는 시장 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정대상지역 제도에 위축 우려 지역을 감안한 후속제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토연 세미나에서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에 따라 주택보급률도, 소득도 다르기 때문에 지역 임대료라든지 공실률, 건축착공량·준공량 등을 고려해 지역별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지역별로 분석하고 자치단체가 주택 인허가 등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즘 지방시장은 주택공급 문제 외에도 지역 경제기반이 무너지면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난다"며 "이런 지역은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소득·금융지원을 묶어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토부도 이런 지적을 잘 알지만 섣불리 손 대지는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민간 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이번 정부서 낸 두 차례 굵직한 대책으로도 서울 시장 불씨가 꺼지지 않은 것이 당국이 가진 딜레마"라며 "정부로서는 지역별, 계층별 수요 부축 보완책이 되레 과열만 자극하는 상황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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