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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카카오택시 목적지 미표시 왜 힘들까

  • 2017.11.28(화) 17:29

카카오 "승차거부는 앱 문제 아닌 택시운행 근본 문제"

친구들과 저녁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울 강남역에서 지하철과 버스가 끊겨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 호출을 시도하지만 응답하는 택시가 없다. 강남역뿐만 아니다. 걸어서 한 블럭 위인 신논현역이나 논현역으로 올라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서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 시간대 카카오택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에 신고 된 카카오택시 승차거부는 2015년 57건에서 2016년 18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1∼8월 신고건수는 이미 174건으로 작년 한 해 수치에 육박합니다. 자연스럽게 서울시에 문제해결을 요청하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급기야 서울시가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카카오택시 앱에 나오는 목적지를 가리면 택시기사들이 간접적으로 승차거부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 판단, 카카오측과 협의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결론은 달리 나왔습니다.

 

 

카카오는 목적지 표시를 살리는 대신 일부 알고리즘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카카오택시 앱으로 단거리를 많이 운행한 기사에게 요금이 높은 장거리 콜을 우선 노출시키기로 합니다. 택시기사들은 이왕이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장거리를 선호하기 때문이죠.

 

카카오는 또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택시 기사에 상품권 지급 등으로 보상하거나 콜 거부가 잦은 택시 기사에 일정시간 콜을 배정하지 않는 냉각기 도입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카카오택시 앱 승차거부 문제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 하지만 한가지 궁금증이 남았습니다. 카카오는 왜 카카오택시 앱에서의 목적지 블라인드 처리를 거부했을까 입니다. 목적지를 입력하지 않고 카카오택시 콜을 부르면 택시기사는 손님을 골라 태울 수 없습니다.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려는 승객은 승차거부를 당하지 않아도 됩니다. 언뜻 보면 승객에게 좋아 보이는 이 제도를 카카오가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카오는 목적지 미표시 기능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승차거부 억제 효과는 크게 없고 앱 기능만 저하 시킨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카오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이라는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했습니다. 승차거부 특성을 살펴보면 주로 밤과 새벽 등 심야시간이라는 점, 위치로는 강남 등 번화가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평소 강남역에서 10명의 승객이 택시를 찾지만 밤·새벽 시간에는 100명의 승객이 택시를 찾는다는 거죠.

물론 해당 시간에 많은 택시들이 강남역 도로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장면 보셨을 겁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택시를 원하는 수요만큼 택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 카카오 측 설명입니다. 때문에 목적지를 블라인드 처리하는 것은 승차거부 억제 효과도 없고 오히려 목적지를 표시해서 얻는 편리한 기능만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는 겁니다.

목적지를 표시하는 기능은 승객이나 기사들 모두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승객은 목적지를 앱에 미리 표시함으로써 택시에 탑승하고 나서 위치를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택시 기사도 명확히 목적지가 표시되니 되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또 택시기사 입장에서 운행과 퇴근이 맞물릴 경우 목적지를 미리 확인해야 자신의 집이나 차고지와 가까운 승객을 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와함께 카카오 측은 택시수요에 비해 공급이 미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택시 기사들의 목소리에 그 해답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가 풀어 놓은 택시기사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밤·새벽 시간에 타는 승객들은 취객 등 위험요소가 많은데 이를 감내할 만큼 야간시간대 운행요금에 이점이 없다는 겁니다. 개인택시 기사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근무하면 되니 굳이 야간운행을 선택하지 않는 거죠. 서울시 기준으로 142m당 주행요금은 100원인데 심야시간(0시~4시)에는 20% 할증이 붙습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매일 일정 기준의 사납금(회사에 내는 돈)을 채워야 하는 만큼 손님을 데려다주고 바로 다음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구조를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 지역에 갔다가 태울 손님이 없어 빈 택시로 돌아온다면 기사입장에선 손해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카카오는 택시 운행의 근본적인 문제는 짚지 않고 카카오택시 앱 때문에 승차거부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게 되면 카카오택시 앱이 없었던 과거처럼 손님이 아무 택시나 잡고 타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냐는 겁니다.

 

택시 승객의 입장에선 답답하지만 택시 기사나 카카오 측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있는 설명입니다. 그래서 택시 승차거부 문제는 쉽게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택시물류과 관계자도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실제로 예약으로 켜놓고 원하는 손님만 골라 태우는 승차거부 문제도 심각한 것이 사실"이라며 "카카오와 이번에 협의 내용이 실제 승차거부 감소에 효과가 있는지 계속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차근차근 개선여부를 모니터링해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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