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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전한 관치금융의 유혹

  • 2017.12.04(월) 15:50

'낙하산 인사' 피했지만 금융권 우려는 여전

말 많았던 금융권 민간 협회장 인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첫 테이프를 끊었던 손해보험협회장의 경우 새 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은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 이뤄진 은행연합회장과 생명보험협회장 인사는 낙하산의 '굴레'에서 벗어난 결과가 나온 것. 이로써 금융권 수장에 관료 출신 올드보이들이 대거 입성할 것이라는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협회장 자리에 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민간 출신 인사가 오른 것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여전히 찜찜한 구석은 있다. 이번 인사로써 과연 관치금융 문화가 바뀔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업계에서도 마냥 만족해하지는 않는 눈치다.


우선 민간 출신 협회장의 한계에 대한 회의의 시선이 여전하다. 이번 은행연합회장이나 생명보험협회장 인사에 관료 출신 장관급 인사들이 거론된 것은 정치 권력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업계의 자발적인 면도 없지 않았다. 민간 출신이었던 지난 협회장들은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는 자유로웠지만 당국에 업계의 이익을 전하고 설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관료 출신의 '힘'을 빌리는 게 낫다는 여론이었다.

새 협회장들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민간 출신에 대한 우려는 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모피아로 불리는 관료 출신들과 정치권 인사들의 끼리끼리 문화가 여전한 탓이다.

무엇보다 민간 출신 협회장 선출이 의미가 있으려면 금융당국이 민간 협회나 금융사들을 쥐락펴락하는 관행부터 바뀌어야 한다. 민간 협회들이 장관급의 중량감 있는 수장을 찾았던 것은 금융당국의 입김을 막아줄 '힘'을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결국 낙하산 인사 자체도 문제이지만 낙하산 인사가 필요한 분위기가 문제인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여러 발언 등을 통해 금융권에 사실상의 '인사 가이드라인'을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거처럼 누군가를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내는 관치는 사라졌지만 민간 업계 인사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관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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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의 행보가 비판받는 이유는 그의 언급으로 인해 금융사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다. 당국이 민간 업체와 협회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면 낙하산 인사는 물론 낙하산 인사를 필요로 하는 분위기는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관치금융은 우리나라 금융권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낙하산이 문제라면 민간 출신 인사를 앉히면 되지 않느냐'는 일차원적인 해결책을 넘어 관치금융의 큰 틀을 없애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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