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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재단워치]②롯데, 계열사 주식이 가장 많은 죄?

  • 2017.12.04(월) 18:40

4개 재단중 3개재단, 계열사 주식 보유
장부가 1048억·시가 4천억 규모
"오너 지원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 눈초리에 불편

대기업 공익재단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문제제기에 직면해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달 5대그룹과 만난 자리에서 언급한 이후 급부상한 화두다. 그렇다고 느닷없이 등장한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보유 규제가 1990년말 도입됐다. 당시에도 대기업 공익재단은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상속·증여세 부담없이 그룹 경영권을 대물림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급기야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하거나 출연자와 관계된 사람이 해당재단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물론 이러한 대안은 많은 논쟁 속에 아직까지 도입되지 않고 있다. 30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논란, 대기업 공익재단 문제를 비즈니스워치가 [공익재단워치]를 통해 다시 짚어본다. [편집자]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공익재단들은 지난 34년간 장학금 등으로 10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사회에 환원하며 국내를 대표하는 공익재단으로 자리잡았다. 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사회공헌백서에서 롯데장학재단은 사업비 집행기준 10대 재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보면 롯데 공익재단은 그룹내 지배구조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다. 롯데그룹이 최근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롯데공익재단은 더 조명 받았다. 사회적으로 공익재단이 설립 취지와 상관없이 지배주주의 지배권 유지·강화에 활용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롯데그룹도 편치만은 않다.

 

◇ 신격호 재단 3-신동빈 재단 1

 

롯데그룹은 크게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문화재단 등 4개 공익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롯데장학재단은 그룹 내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큰 공익재단이다.

롯데장학재단은 1983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사재 5억원을 출연해 만들었다. 당초 재단이름은 신 총괄회장의 고향 '삼남'을 딴 삼남장학회였다가 1996년 롯데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 발간된 '롯데50년사'를 보면 신 회장과 계열사들이 1988년 70억원, 1989년 88억원, 1990년 63억원 등을 추가 출연하면서 작년 자본금은 1498억원까지 늘었다.

 

1983년부터 2015년까지 롯데장학재단은 장학금 982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엔 총 수입금 106억원중 장학금 등 고유목적사업으로 48억원을 사용했다.


롯데복지재단은 1994년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롯데복지재단은  2015년까지 총 123억원의 기금을 지원했다. 지난해 총수입금은 10억원이었고, 14억원을 고유목적사업비로 썼다. 2009년 세번째 공익법인 롯데삼동복지재단이 출범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고향인 울산지역의 발전과 복지사업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에 따라 사재 570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76억원의 사업비를 집행했다. 이 재단은 지난해 총수입금 16억원중 13억원을 고유목적사업비로 사용했다. 

 

2015년 신동빈 회장 주도로 롯데문화재단이 설립됐다. 클래식 등 문화사업 지원을 위해서다. 설립 당시 신동빈 회장 100억원, 롯데물산과 롯데쇼핑, 호텔롯데 3개 계열사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이 현금으로 출연됐다. 롯데문화재단은 지난해 총수입 210억원중 90억원을 문화활동 지원 등 목적사업비로 사용했다.

 

 

◇ 재단 소유 계열사 주식시가 4000억 넘어


롯데장학재단 장학금 재원은 주식에서 나온다. 롯데장학재단은 작년말 기준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음료 6.28%, 롯데칠성음료 우선주 5.12%, 대홍기획 21%, 롯데역사 5.33%, 롯데정보통신 0.94%, 롯데푸드 4.1%, 롯데캐피탈 0.48% 등 7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가 아닌 BNK금융지주 1.77%, 삼광글라스 0.36%도 갖고 있다. 이 재단은 작년 주식 배당금으로 54억원을 받았다. 여기에 719억원(장부가) 규모의 채권과 신탁에서 35억원의 이자 수익도 얻었다.

 

롯데삼동복지재단은 현재 롯데지주 0.07%와 롯데쇼핑 0.15%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상사(0.38%), 롯데정보통신(0.68%), 롯데닷컴(1.03%), 코리아세븐(0.59%), 롯데케미칼(0.03%), 롯데칠성음료(우선주 1.18%) 등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복지재단은 계열사 지분이 없다. 

 

롯데장학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문화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치는 작년 장부가 기준 1048억원 수준이다. 시가를 따져보면 4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승계용 아니지만 "지원용" 눈초리에 불편


계열사 주식은 알토란 같은 재단운영 재원이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선 지배주주 일가의 지배권 유지와 강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경제개혁연대는 공익법인의 주식보유현황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가장 많은 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단일 공익법인은 롯데장학재단"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장학재단은 계열사로부터 출연받은 주식(38만528주)보다 직접 취득한 계열사 주식(385만5095주)이 10배 더 많은 상황이다. 롯데그룹이 롯데장학재단을 지배권 강화에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최근 롯데지주 출범과정에서 계열사간 주식 분할합병이 이뤄지면서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지주 보통주 3.95%와 우선주 5.12%를 갖게 됐다. 그룹내 영향력이 더 커진 셈이다. 롯데지주 주주명부를 보면, 롯데장학재단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회장(10.51%), 호텔롯데(6.53%), 롯데알미늄(6.41%), 부산롯데호텔(6.53%)에 이은 5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롯데장학재단은 기존에 갖고 있던 계열사 지분도 여전히 갖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지원끊긴 '신격호 공익재단'


지난해 롯데문화재단에 그룹의 지원이 집중됐다. 작년 한해에만 롯데하이마트, 호텔롯데 등 25개 계열사들이 170억원을 출연했다.
반면 롯데장학재단이 작년 그룹으로부터 받은 기부는 롯데월드 입장권 100매(150만원)가 전부다. 롯데복지재단과 롯데삼동복지재단의 작년 그룹 기부금은 0원이었다.

롯데장학재단과 롯데복지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3곳의 대표는 신영자 이사장이 맡고 있다. 현재 신영자 이사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구속수감 중이다. 결과적으로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만든 공익재단에 기부금을 몰아주고, 신영자 이사장이 운영하는 공익법인 3곳엔 지원금이 모두 끊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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